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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통감(古今通鑑)



김건우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국가기록원에는 ‘폭도에 관한 편책’이라는 자료가 소장되어 있다. 우리말사전에 의하면, 폭도란 난폭한 행동으로 소란을 일으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무리라는 뜻이다. ‘폭도에 관한 편책’ 역시 절도, 강도, 방화, 폭동,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을 기록한 책자이다. 하지만 ‘폭도에 관한 편책’은 일제가 의병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그 상황 및 결과를 보고한 문서들을 편철한 책자이다.




 
110여 년 전 일제의 침략 야욕으로 국가가 풍전등화에 직면했을 때, 목숨을 걸고 분연히 일어났던 애국지사들을 일제는 폭도라는 이름으로 탄압했다.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야 자신의 안위부터 먼저 안절부절 걱정했지만, 재야 유생들과 일반 백성들은 양반과 상민(常民)의 구분을 넘어 적극적으로 주권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완전한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드는데 전라북도를 비롯한 호남의병을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겼다. 정읍의 무성서원에서 봉기한 병오창의를 시작으로 전라북도를 비롯한 후기 호남의병은 전국의 의병전쟁을 주도하며 치열한 항전을 이어갔다. 일제는 이른바 남한대토벌작전을 펼쳐 호남 벌판을 피로 물들였다. 일제의 의병 대학살 작전은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군사작전이자 학살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일제에 맞서 싸운 전라북도 의병운동의 소중한 기록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의병운동 참여자들에 대한 기록조차 파편화되어 수집되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필자는 작년 하반기 전북도의 지원으로 광복회전북지부와 사단법인 한국고전문화연구원에서 공동 추진한 ‘한말 전북의병사 정리’ 연구사업에 참여하였다. 올해 2월 하순에 연구사업 책자가 나오고 출간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번 기존 조사 및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새 자료를 통해 이제까지 국가로부터 공훈을 인정받았던 421명의 전라북도 의병계열 독립유공자 이외 800여 명에 이르는 새로운 참여 의병 명단을 발굴, 재정리했다.





이런 과정에서 ‘폭도에 관한 편책’ 중 전라북도 의병과 관련된 내용을 목록화하였다. 의병 참여자를 보면, 유생과 전직관료부터 농사꾼, 보부상, 날품팔이, 주막업, 필묵상, 기름장사, 유기그릇상, 실장사, 대장장이, 어업, 전직군인, 머슴, 백정, 승려 등 다양한 직업과 계층이 참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올해가 전라도 개도(開道) 천년을 맞는 해라고 한다. 그리고 내년 2019년은 삼일절 100주년이다. 친일 잔재의 청산, 친일인사 역사적 단죄가 중요한 만큼 자신을 희생하며 싸웠던 애국지사들에 대한 신원회복과 독립유공자 서훈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일제에 맞서 자주독립을 외치다 소중한 목숨과 한번뿐인 인생을 아낌없이 바치고 사라진 그 분들을 위한 우리들의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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