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화 <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 홍정화규방아트 대표>
스커트는 여성의 전유물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자들에게는 절대 입을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서양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등 고대 시대로 돌아가 보면 남자들이 스커트를 기본의상으로 입었던 시절이 존재한다. 현대를 사는 일반남자들에게 스커트를 입어 보겠냐고 묻는다면 과연 누가 용기 있게 입을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진 점은 남성복 패션쇼에서 스커트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남성을 위한 스커트를 판매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20세기 후반 옷으로써 남·여의 구분을 없앤 유니섹스 룩의 등장에서부터 양성공유라는 앤드로지너스 룩의 등장까지 배경이 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스코틀랜드의 남성들은 그들의 전통복으로 킬트스커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분다. 남자가 스커트를 입었음에도 사람들은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 즉 그들의 전통복으로 전해 내려온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사실 남성복 패션쇼에서 스커트를 입은 남성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최근에는 미국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루이비통 광고에서 스커트를 입은 모습을 선보이고, 이내 스커트를 입고 스트리트에 자주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흑인 래퍼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많은 남성 셀러브리티들이 미니스커트와 킬트스커트를 착용하면서 남자들의 스커트 패션은 스트리트 패션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트렌드가 되었다. 이렇다 보니 해외 패션에서 남성들의 스커트 착용은 금기 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남성용 스커트를 처음 제안한 디자이너로는 프랑스의 장 폴 골티에였다. “패션계의 악동, 혁신자”라 불리며 관습적인 디자인을 거부하고 재미있고 혁신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그는 남성복에서 혁신적인 실험을 한 것이다. 그는 의상을 만드는 소재에 있어서는 남·여 구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의상의 일부 품목에는 엄격한 성 구별이 있음을 인식했던 것이다. 이에 장 폴 골티에는 고정관념을 깨고 미디에서 맥시에 이르는 다양한 길이의 남성용 스커트를 런웨이에서 선보였고, 디자이너인 본인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스커트를 입고 등장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그의 남성용 스커트가 처음 출시되었던 1985년에는 3,000벌이 넘게 팔려나갔다고 하니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수치였다.
남성의 스커트는 격식 있는 재킷, 두꺼운 양말이나 부츠와 함께 착용되었으며, 초기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특별한 멋을 구가하는 남성들에게 적잖게 선호되면서 파격 패션으로 인식되었다. 2006년 미국의 한 패션회사는 '시티 스커트'를 선보이면서 당시 여성들만 스커트를 입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며 남성전용 스커트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남성용 스커트'가 건강, 편안한 착용감, 빼어난 스타일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지만 그 기대에도 불구하고 남성 소비자들로 부터 외면을 당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젠더리스'와 '다양성 추구'라는 패션 트렌드가 남성용 스커트를 다시 부활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대다수의 남성들과 여성들에게 남성 스커트 패션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이제 해외패션에서는 남자들이 스커트를 입는 것이 더 이상 금기의 원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미국의 패션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스커트 애용자로 유명하다. 미국의 가수 카니예 웨스트 또한 지방시의 가죽 스커트를 입고 공연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반인들에게는 아직은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K-POP 아이돌 남자스타 중에는 상당수가 공연 때 스커트를 입고 무대에 오른 경우가 있고 패션니스타로 잘 알려진 빅뱅의 G-드레곤이 스커트를 즐겨 입는 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고 이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혹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스커트를 입은 남성들을 본다면 일종의 괴짜처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유명 디자이너 및 셀러브리티를 중심으로 스커트는 또 다른 새로운 패션 감각으로 받아들여져 향후 대중들에게 분명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1960년대 후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팬츠가 입생로랑에 의해 여성복 팬츠로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음에도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손꼽힌다. 남성들의 스커트도 특정한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만의 아이덴터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21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핫 트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현재의 트렌드로 본다면 남자의 스커트 착용은 선택을 넘어서 유행의 아이템으로 정착될 시기도 도래하리라 조심스레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