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수필가>
‘봄’은 ‘봄’이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다투어 고개를 내미는 봄. 우리는 누구나 봄에 대한 찬사와 미사어구에 친숙하다. 사계절 중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지만, 나는 유난히 봄을 좋아한다. 인생으로 비유하면 갓 태어난 아이와 같은 계절이 봄이 아닐까 한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다. 내 자신도 세월이 차곡차곡 쌓이고 보니, 점심식사 후 졸음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이와 무관하게 졸음이 밀려오던 학창시절은 정말로 단잠에 취하고 싶던, 그 시절이 그립다.
‘봄’은 ‘봄’이다. 1교시부터 아이들은 전염력이 강한 유행병처럼 졸려하거나 수업에 참여하길 힘들어 한다. 지천이 꽃이고 공기가 훈훈하니 그럴 만도 하다. ‘봄’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시골이든, 도시든, 교실이든 , 공원이든 다 ‘봄’은 ‘봄’이다.
출근길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는 싱그러움과 함께 하다 보면, 나 자신의 성숙한 영혼이 봄의 향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음에 다시금 놀란다. 진달래, 개나리, 매화, 산수유 등 다양한 꽃들의 향연이 한창인 이 시절, ‘봄’이 나는 너무나 좋다.
언제부터인가
사라져가는 밟은 봄날이
무척이나 무척 그립습니다.
너무나 따스한 봄날은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입니다.
그 그리움의 봄날,
행복으로, 그리움으로 연한 순두부
호르륵 호르륵 들이키는 봄은 봄이다
(민초 박여범 ‘봄은 봄이다’)
개나리가 피면, 늘 전주 인근의 순두부로 유명한 그곳을 방문했던 추억이 있다. 철학과, 수학과, 경제학과, 경영학과, 영문학과 등 10여명이 선후배들과 연한 순두부를 먹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그 시절에 비해, 개화 시기는 빨라지고 봄날은 짧아졌지만 우리들 마음은 봄은 여전히 봄으로 남아 있다. ‘호르륵’, ‘호르륵’ 시원하게 들이키던 한 무더기의 순두부는 고향의 그 맛과 더불어 ‘봄’을 보내기 싫은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준비된 수많은 ‘봄’들은 우리를 찾아온다. 그렇지만, 오늘의 이 ‘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