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식 <고창소방서장>
며칠 전 필자가 근무하는 고창군 심원면 임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근처에서 식당 운영을 하고 있던 주인의 다급한 목소리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입산자의 담뱃불로 추정되는 산불 화재는 산 중턱에서 발생해 무서운 기세로 번져가고 있었다. 소방차량과 헬기, 산불진화차 등 장비 18대와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경찰, 군부대, 면사무소 산불진화대 등 관련 기관 160여 명이 모두 출동하여 3시간 만에 진화에 성공했다. 바람도 많이 불고 건조한 날씨 탓에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산불 화재, 주택 화재 등 모든 화재발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초동 조치이다. 화재의 특성상 불씨는 짧은 시간에 급속하게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화재에서도 발 빠른 초동조치로 큰 산불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여기에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의용소방대원들이다.
사실 산불 화재를 상황실로부터 통보를 받고 나서 걱정이 앞섰다. 산불이 발생한 곳은 가장 가까운 소방관서인 흥덕119안전센터에서 13km나 떨어져 있고 시간으로는 15분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고창소방서에서 가장 강한 소방력을 보유한 고창119안전센터에서는 무려 23km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출동과 동시에 심원면 의용소방대에 출동 명령을 내렸고 심원면 의용소방대는 소방차와 산불진화차가 오기 전까지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이렇듯 의용소방대는 각 면마다 설치되어 있어서 화재나 재난 등에 소방공무원을 보조하여 현장활동을 펼친다. 특히 고창군처럼 군 단위는 소방관서가 부족하여 출동거리가 먼 경우에 의용소방대의 보조 활동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국민이 그 진압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로 가옥, 기타 건물이 대형화되고 인구가 밀집하여 있고, 석유·가스 및 기타 위험물 종류가 많아지면서 소방업무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자가 생겨났다. 아무리 전문적으로 소방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있어도 화재발생에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므로 전문적인 소방조직을 보조할 조직이 필요하게 되었고, 1958년 소방법을 제정하면서 의용소방대가 출범하게 되었다.
의용소방대는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이 관장하는 소방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광역시·시·읍·면에 설치된 일선의 소방조직이다. 구성원은 그 지역의 주민 중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사명감이 높은 자로 임명한다. 이들은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소방업무를 위하여 필요시에 동원되어 소방공무원을 보조하게 된다.
의용소방대의 가장 주요 업무는 앞서 언급 했듯이 화재, 구조·구급,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출동하여 소방공무원을 보조하여 활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용소방대의 업무는 비단 현장 보조업무뿐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 화재취약시기 및 경계근무기간 중 필요시 소방관서에서 근무하기도 하며 소방출동로 확보, 화재예방홍보 활동 등 다양한 대국민 캠페인도 실시한다.
여름철에는 119시민수상구조대에 편입되어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도 하며 봄·가을철에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지키는 등산목 지킴이 활동도 한다. 또한 소년, 소녀 가장,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돕기와 사회 복지시설을 방문하여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부단히 활동하고 있다.
고창소방서 의용소방대는 14개의 면마다 각각 설치가 되어 있다. 고창소방서 의용소방대는 남·여 의용소방대 총 28대대, 610명으로 구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임명 전 화재진압과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 , 의용소방대의 역할과 관련 법령, 청렴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또한 임명이 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교육 훈련을 받는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평하지 않고 성실히 교육에 임하고 있다. 이렇게 갈고 닦은 교육 훈련으로 해마다 개최하는 의용소방대 기술경연대회를 개최하여 각 시군 의용소방대원들의 능력을 뽐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은 직장 및 학교생활, 육아, 자녀문제 등 힘들고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런 중에 타인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오로지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봉사하는 전국의 10만 여명의 의용소방대원에 큰 박수를 보낸다. 소방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의용소방대는 소방공무원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조력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