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수 <시민감사 옴부즈만·공학박사>
전북 농·어촌 지역의 면단위 초등학교 학생 수가 한 학년에 3∼5명, 전교생이 30명 내외이고, 중학교는 전교생이 20∼30명 정도인 학교가 부지기수이다.
1969년도 서울 소재의 중학교 입학시험이 폐지된 후, 1974년 고교평준화 일환으로 고등학교 입시가 폐지되면서 과거에 명성을 떨치던 학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학구제가 생겼다.
해당 지역의 초등학교를 나오면 그 지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형태의 학구제는 평준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일조를 했던 반면, 도·농간의 학력편차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관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의 실력이나 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학구 내 중학교를 진학해야 되는 것이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교육제도인지 잘 모르겠다.
요즘 헌법 개정 문제로 정가(政街)가 시끄럽다. 헌법을 개정한 지 30년이 넘었기에 대부분 헌법 개정에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마찬가지로 삼사십년 전, 학생이 넘쳐나던 시절에 대도시를 고려하여 만든 지금의 학구제(學區制)도 인구가 급감한 오늘날 농·어촌의 현실을 고려해보면 정치권에서 머리를 맞대고 개선하여야 할 과제 중 하나인 것 같다.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경제논리로 접근하여 무조건적인 통·폐합을 주장하고, 진보를 주장하는 이는 매년 줄어드는 학생 수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이 ‘1개 면(面) 1개 교(校)’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전라도에서 태어났던, 경상도에서 태어났던 출생 지역으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농어촌 지역에서 태어난 것으로 교육적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비록 농어촌의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언제든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케냐 출신인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로 태어나 하와이에서 살다가 6살 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로 이주했지만 어머니의 이혼으로 외가댁인 하와이로 다시 돌아와 고등학교를 마쳤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의 옥시덴털대학교를 진학하여 2년을 다니다가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로 편입하여 그 학교를 졸업한 후 2년 정도 컨설팅회사와 시카고 빈민 운동에 뛰어들어 3년을 보내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 들어갔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아버지가 베트남이나 필리핀 사람인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한다면 그 아이가 어느 유명 대학교의 로스쿨을 들어갈 수 있었을까? 설사 로스쿨을 나왔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나 도지사가 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와 미국의 교육제도는 형식적인 면에서 비슷하다. OECD국가 중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가 미국이고 그 다음이 한국인데, 미국은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하지만 대한민국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의 교육이 갖는 다양성, 기회 균등, 공정한 경쟁 등 본질적인 면에서는 배워야할 것이 많다.
교육행정 분야가 투명하고, 교육이 혁신적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자든 가난하든, 부모가 누구이든 간에 교육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공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선행학습 금지법이 왜 생겼는지 무색할 정도로 사교육을 시켜야만 안심이 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내일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제 또다시 전라북도의 교육수장을 뽑는 시기가 다가왔다. 어느 후보가 전라북도의 교육행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행할 적임자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내일의 전북교육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도민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