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표 <군산시농업기술센터 지역활력계장>
옛부터 구황작물인 감자와 더불어 척박한 땅의 환경에서도 잘자라며 보릿고개에서 목숨을 연명해주는 귀한 먹거리이기도 했다. 보리밭 사잇길은 가난한 농촌의 처녀총각 은밀한 (?)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겉보리 서말이면 처가살이 안 한다"는 옛말이 있다. 누구는 쌀밥만 먹는 요즘에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 보리 밥을 찾아 먹는다고 하는데 예전에 가난한 삶의 상징인 보리만 먹고 자란 필자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보리밥 냄새가 싫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 노래를 자주 방송한다. 이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들으면서 내 귓가에 또 하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보리밭 길을 지날 때 듣던, 바람에 사락사락 이삭이 스치던 소리, 무성하게 물결치는 밭이랑을 따라 내 기억의 이랑을 거닐 수 있기 때문이다.
열 살 무렵 5월은 무척이나 해가 길었던 것 같았다. 5월이 되면 군산의 넓은 들판은 푸르른 싱그러움이 가득한 보리로 채워진다. 군산은 벼농사 외에도 보리농사가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돼 군산지역 많은 농민들이 이모작으로 보리를 재배하고 있다.
1970년대 내초동 일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간척사업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개발된 간척지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하여 보리 재배의 최적 조건을 제공해줬다.
군산 흰찰쌀보리는 1993년에 정부에서 육종된 흰찰쌀보리를 1994년부터 군산시 옥구읍에서 최초로 재배하면서 시작되었고 2008년 7월에 지리적 표시 제49호로 등록되면서 군산시가 전국 제일의 주산지로서 인정받게 됐다.
보리에 관한
"겉보리 서말이면 처가살이 안 한다"는 옛말이 있다. 보리는 그만큼 하찮게(?) 생각되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요즘 보리는 웰빙과 건강식의 대명사로 쓰인다.
그도 그럴 것이 보리에는 탄수화물이 약 70%이며 대부분 전분으로 되어 있는데 비타민B1, B2, 나이아신 등등의 영양소가 풍부해서 변비예방, 비만예방, 피부미용 등에 좋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은 물론 아련한 어릴 적 추억으로 빠져들게 한다. 참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필자가 사는 군산은 전국 보리생산의 주산지로서 이는 흰찰쌀보리를 최초로 상품화하고 지리적표시 등록과 맥아산업육성, 흰찰쌀보리빵 개발 등 보리산업의 메카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이 지역의 농민들은 벼농사 수확이 끝나는 10월 말이면 곧바로 보리파종에 접어든다. 분주히 논을 왔다 갔다 하는 트랙터들로 인해 들판에는 흙먼지로 가득하다. 이렇게 2모작으로 농가소득향상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어렸을 적에 보릿고개를 넘기는 배고픈 시절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봄이 되면 파릇파릇한 보리싹이 올라올 때면 어김없이 들판으로 나아가서 '보리밟기'라는 행사 아닌 행사(?)를 치르고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던 어린시절을 우리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워하곤 한다.
이러한 아련한 향수에 젖어 들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보리축제가 군산의 넓은 보리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5월 어린이날이 있는 연휴면 우리 군산에서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군산꽁당보리축제'가 벌써 13돌을 맞이하고 있다. 항상 보아왔던 축제지만 "이번 축제는 무엇이 달라질까?"라고 기대해 보는 마음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있는 군산꽁당보리축제는 끝없이 펼쳐지는 보리밭 사잇길로 추억을 담는 것은 물론 '어린이 행복도시'에 맞는 다채로운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과 농촌체험관광은 덤으로 즐길 수 있어서 연인이나 가족 나들이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군산은 요즈음 아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해 현대중공업에 이어 GM대우자동차 사태를 보면서 힘들고 지쳐있지만 보릿고개를 넘길 때의 지혜로 5월 '군산꽁당보리축제'를 통해서 기운을 충전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