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연구관>
하근찬 작가의 ‘수난이대(受難二代)’라는 작품은 우리 민족의 수난과 아픔을 대변하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 징용에 끌려갔다가 한쪽 팔을 잃은 주인공이 6·25 전쟁에서 다리를 잃고 돌아온 아들을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삶의 일상에서 힘듦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로는 고난과 가난, 수난, 재난 등을 들 수 있다. 미세먼지나 황사로 인해 우리나라가 자랑했던 공활한 파란 하늘이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환경 문제도 재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는 여러 난(難)을 겪고 살아간다.
가축을 잘 키워서 국민의 건강한 삶에 일조하는 축산도 최근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여러 가축 질병으로 고전하는 농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가축 분뇨 등으로 인한 민원 제기로 축산 농장이 기피 시설이 돼가는 상황은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닐 정도가 되었다. 다양한 백신과 철저한 방역으로 예전보다 발병률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농장은 질병에 노출될 수 있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환경들로 인해서 축산 농가가 수난이대의 상황과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과연 축산의 미래가 어둡고 어렵기만 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축산인의 관점에서 다른 뜻으로 해석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어릴 때 맛본 음식은 평생 먹게 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축산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40%를 넘어서고 있으며, 육류는 중요한 단백질 보충원으로 자리매김하며 외식이나 회식 등에서 빠질 수가 없는 메뉴가 되었다. 즉, 축산 농가에서 생산하는 육류 소비는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축산 농가 가운데는 어렵게 일궈온 농장을 가업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자식 공부 끝나면, 또는 결혼시키고 나면 얼른 접어야지”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농장에 대한 투자를 안하게 하거나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부실하고 노후한 시설에서 가축들이 관리되고, 또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분뇨로 민원이 제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내에는 이미 가축 방역 시스템과 분뇨처리 시설 등이 국립축산과학원을 비롯한 연구자들에 의해 많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개발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인식으로 인해 축산 현장에 잘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 100마리만 잘 키우면 봉급생활자 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현대화된 시설과 철저한 사양관리 및 방역, 그리고 분뇨 자원화 등이라 할 수 있겠다. 또 한 가지, 때가 되면 판매를 해야 하지만 사랑으로 관리하고 사육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운영하는 농장은 이웃과도 잘 화합해 민원과 같은 난(難)을 사전에 방지하는 운영의 묘도 잘 발휘하고 있다.
내 자식이 이어받을 가업이라고 생각한다면 농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방치하거나 외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신규 축산 농가로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인이 어렵게 일군 농장을 수난의 일대나 이대라고 생각하지 말자.
자자손손 대를 이어가며 운영할 수 있는 훌륭한 가업이 될 것이라고 인식을 바꾼다면 지금 이 순간이 투자하고 개선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이 농장 주변과의 분쟁 소지를 줄이고 더 나은 환경에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