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밥 한 그릇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허기진 배를 친구삼아 시를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눈에 딱 들어온 시가 바로 ‘밥 한 그릇’이다. 생각해 보니,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온 시간이 너무나 많음을 돌아다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현대사회를 ‘먹어서 죽는 시대’라고 말한다, 경제부흥이 가져온 음식 문화의 발전은 상상, 그 이상이다.





너더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한마디로 대답하리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병들어 본 사람은 알리

병들어 밥을 먹지 못해 본 사람은 알리

밥 한 그릇 삭혀서 똥을 눌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게 얼마나 눈물겨운 행복이라는 걸

사랑도 싸움도 그 다음이다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게 해 준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뼈에 사무치도록 알게 해 준

놀랍고 큰 힘

그 힘에 대해 고마워 할 줄 앎은

그 다음이다

나는 믿는다 그 힘을

그 힘 앞에 깨끗이 무릎 끊는다.(정영상 시인, ‘밥 한 그릇’)







아파 본 사람이나, 밥의 소중함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다. 아무리 여유가 있고, 음식이 넘치는 부유층이라고, 특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주부의 고민 중 가장 핵심은 ‘오늘은 무엇을 먹지?’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냉장고를 가득 채운 음식도 ‘진수성찬’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배가 불러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밥 한 그릇’을 위해 최전을 다해 살아야 하는 민초들의 삶이, 아려오는 것은 나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시대에 부자도 가난한 민중들도, 하루 세 끼니에 대한 걱정 없는 시간들이길 소망해 본다.





사무실 책상 서랍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는 간식들이 부끄러운 시간이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도 이 시대가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 중 하나이다. 이런 저런 환경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음식물로 인한 환경 파괴는 거의 재앙 수준이라 할 만하다. 넘치는 음식물을 동물들의 사료나 퇴비로 사용하는 것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먹을 만큼만 준비하고 소화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쉬운 정답을 모르는 현대인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의 삶이 부끄럽다.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 않는’, ‘밥 한 그릇’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음식에 대한 소중함과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밥 한 그릇’의 행복이 소소한 일상이길 기도한다. ‘밥 한 그릇’의 힘에 고마워 할 줄 아는 하루에게 묻고 싶다.





눈물겨운 행복이라는 걸, 똥을 눌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뼈에 사무치게 알 수 있는 소중한 세상이 어서 와 주길 묻고 싶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