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장>
인류가 처음으로 우유를 먹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7,000년경으로 알려져 있다. 치즈 이용은 증거가 분명한 역사만 따지면 기원전 3,5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메르인들은 치즈 생산량을 점토판에 설형(쐐기)문자로 기록하였고, 성서에도 치즈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그만큼 치즈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식품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음식문화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소금에 의한 맛은 제1의 맛, 온갖 양념을 첨가한 맛은 제2의 맛, 식품 자체를 발효한 맛은 제3의 맛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류학자 크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동양 3국의 음식 특징을 가리켜 중국은 불의 맛, 일본은 칼의 맛, 한국은 발효의 맛이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우유를 발효하여 만든 치즈는 단순히 소금이나 양념 맛이 아닌 오묘한 제3의 맛이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어울리는 식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양인 중에는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일으키는 사람이 많다. 유당분해효소(락토스)가 분비되지 않는 유당불내증 때문인데 치즈는 만드는 과정에서 유당이 유청과 함께 배출돼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장년이나 노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김치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치즈는 숙성 여부와 기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겉절이처럼 바로 만들어 먹는 것은 신선치즈, 발효하면 숙성 치즈가 된다. 수분 함량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수분이 적을수록 단단하게 되는데 그 단단한 정도에 따라 부드러운 연질(軟質), 반경질(半硬質), 경질, 매우 단단한 초경질까지 4가지로 나눈다.
치즈 100g을 만들기 위해서는 1리터의 우유가 필요하다. 따라서 치즈 100g에는 인과 칼슘이 우유의 10배 정도인 600~800mg 정도 함유돼 있다. 흡수도 쉬운 편이라 성장기 어린이의 뼈 발육과 나이든 어른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매우 좋다. 칼슘은 혈압을 낮추고 피를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에게도 좋다. 체다, 고다, 까망베르 등 숙성치즈의 경우, 최근 한 연구에서 혈압을 높이는 원인이 되는 앤지오텐신Ⅱ의 생산을 억제하는 항고혈압 펩타이드가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입안의 산도를 낮추어 치아의 칼슘, 인 등이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하고 손상된 치아에 미네랄을 보충하여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그밖에 면역체계를 회복시켜준다는 보고가 있으며 통증조절 펩타이드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출생률 감소로 주요 우유 소비층인 어린이 수가 줄고 다양한 음료의 등장으로 우유 소비는 둔화되고 있다. 반면, 치즈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치즈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 치즈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하고 외국산과 차별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치즈 역사는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가 임실 지역의 가난한 주민을 돕기 위해 1967년 산양유로 영국식인 체다, 프랑스식인 포르살류, 이탈리아식인 모차렐라 치즈를 생산한 것이 최초이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80여 농장이 목장형유가공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치즈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들 농장에서는 찢어먹는 스트링 치즈와 구워먹는 할루미 치즈 등 다양한 신선치즈를 생산한다. 깊은 맛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해 숙성치즈에 도전하는 농가도 있다. 일부는 고추, 인삼, 복분자 등 지역특산물을 이용해 새로운 치즈를 개발하고 있다. 다품목 소량생산 체계를 갖춘 목장형유가공 산업을 주축으로 국내 자연치즈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