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태경 <호남지방통계청 전주사무소장>
결혼, 자녀교육, 집장만 등 사회적 난제 앞에서 직장 후배들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 나는 왠지 미안해진다.
더 나은 내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말은 내 입 안에서 맴맴 돌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현재적 삶에 대한 팍팍함과 미래에 대한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에 직면한 그들에게 나의 격려는 꼰대의 잔소리뿐 일 듯 싶다.
나의 20~30대 청년 시절 결혼, 출산, 양육은 이 정도로 국가적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우리세대는 지금의 청년세대 문제를 상상할 수 없었다.
이러한 현실은 국가 통계지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전국 25,233가구에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38,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51.9%에 불과했다.
2010년 조사결과에서는 64.7%였지만, 불과 6년 사이에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12.8%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미혼이지만 동거할 수 있다는 사람도 절반이나 된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8%로 2010년 40.5%에 비해 7.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는 75.8%가 반대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결혼관이 매우 혼란스러운 과도기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혼에 대한 시각도 과거에 비해 매우 수용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43.1%로 2010년 33.4%에 비해 10%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9.5%로 6년 전 56.6%에 비해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혼인율이 낮아지고 이혼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국가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겨우 51.9%이고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율은 39.5% 불과한 현실을 외면한 채 “너 왜 결혼하지 않니?”, “너 왜 이혼했니?”란 질문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고, 해법은 국가가 제시해야 한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노력하고 있다. 예전 우리 세대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은 내 성장과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 과정이 지금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내 삶을 스스로가 준비하고 노력하면 나의 행복은 당연시됐다.
하지만 지금 청년세대는 노력한 만큼 행복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결코 청년들이 게으르거나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젊은 그들은 나의 젊은 시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더 열정적으로 싸우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통계지표로 만들기 위해 통계청에서는 오는 16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약 25,843 가구를 대상으로 ‘2018년 사회조사’를 실시한다. 이는 삶의 질과 관련된 국민의 사회적 관심사와 주관적 의식을 알아보는 조사이다.
대상은 표본가구에 상주하는 13세 이상의 개인이고, 금년 주요조사항목은 보건·교육·안전·가족·환경 5가지 분야이며 조사결과는 국가와 공공기관의 정책 및 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제 내가 노력한 만큼 행복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국가가 외면할 수 없게 해야 된다. 젊은 후배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희망한다.
이번 조사가 관련 정책 수립 및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표본대상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지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