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숙 <예수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며칠 전 잘 아는 분의 시모님이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 하셨다고 하여 대학병원에 조문을 다녀왔다.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하시라고 기도를 올렸다.
가족 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나는 어르신의 춘추가 올해 몇인지를 물었다. 어르신의 나이가 올해 80세라고 했다. 여성으로서는 일찍 돌아가신 나이라 무슨 지병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뜻밖에도 가족의 설명은 지병이 없었고 건강하게 지내셨는데 갑작스레 돌아가셨다고 했다.
다른 조문객들이 밀려와 이야기를 마치지 못하고 자리를 옮기면서 왜 갑작스레 돌아가셨을까를 생각했다. 혹시 심장마비나 사고 같은 것이었을까?
자리에 앉아 망자의 며느리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5월 초경에 시모님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야산으로 고사리를 꺾으러 갔다 오셨는데 팔에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동네 병원에서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면서 2-3일을 지냈다고 한다.
며칠 후에는 몸이 으슬거리면서 가벼운 감기증상이 있어 감기약을 복용하면서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열이 오르고, 오심과 구토증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식사를 못하시면서 점차 의식이 혼미해져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도 가족들은 평소에 특별한 지병이 없고 건강한 상태여서 별 걱정을 안했다고 한다.
병원에서 안정을 찾으면서 며칠을 지냈는데 다시 고열이 나고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이번에는 갑작스레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모는 신속히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돌아가셨다고 한다. 가족들은 시모의 갑작스런 죽음을 아직도 수용하기 어려워하였다.
나는 짧은 기간에 일어난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4월 하순경에 TV 뉴스에서 올해 살인진드기에 물려 사망한 첫 피해자가 충남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야외활동 자제 및 풀숲에 들어가려면 온몸을 감싸고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설마라고 여겼던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참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집에 돌아와 살인진드기에 물린 후 증상과 예방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살인진드기의 정식명칭은 ‘소(작은)참진드기’이다. 집에서 서식하는 진드기와는 종류가 다르며, 주로 숲과 초원·시가지 주변 등 야외에서 서식한다.
소참진드기의 활동 시기는 4월-11월이며 가장 왕성한 활동 시기가 5월-8월이다. 그런데 사람이 진드기에 물린 후 증상은 바로 나타나지 않고 보통 6~14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피로감, 소화장애, 설사, 구토, 두통과 근육통, 의식장애, 경련, 기침, 출혈 등의 증상이 발현된다.
소참진드기는 사람에게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옮겨주는 매개체역할을 하며, 혈소판 감소로 산소의 공급이 약해지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치사율은 약 12-30퍼센트 정도로 아주 높다.
진드기 물림에 대한 최선의 예방법은 야외 활동 시 긴팔·긴바지·양말·단단한 운동화를 착용하여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하고, 야외활동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고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만일 물린 자국이 있으면, 증상이 전혀 없더라도 병원에 가서 전문의의 안내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나무나 풀이 있는 야외에 나가 활동을 많이 하는 때가 돌아왔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예방주사나 치료제가 없으므로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제일이다. 조금만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