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식 <고창소방서장>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조기교육 열풍이다. 대한민국 학부모의 학구열과 교육에 대한 관심은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수학 등 조기교육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한글을 떼기 전에 영어 교육을 받기도 한다. 남들과 뒤처지지 않기 위해,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해 학부모들은 조기교육에 힘쓸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간과하고 넘어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소방안전교육의 중요성이다.
최근 대형 화재, 재난 재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4월에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 사고, 2016년과 2017년에 잇따라 발생한 경주·포항 지진, 그리고 작년 12월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화재와 올해 1월에 발생하여 4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까지, 우리사회는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형 화재라던가 재난 및 재해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면,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참사’라며 잠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다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소방안전교육의 조기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아 때부터 소화기 사용법, 화재 및 지진 대피요령, 심폐소생술 및 기초 응급처치 등의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익숙해져야 위급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안전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을 느끼고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소방안전교육을 외면하거나 교육을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실시하고 있어 많은 아이들이 전문적인 소방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안전 확보능력 미흡과 화재예방 및 대처 요령, 재난 대피, 소방시설 사용법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과 전북소방본부, 그리고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고창소방서에서는 많은 국민들과 어린 아이들이 안전의식을 높이고 대형 화재와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안전교육에 힘쓰고 있다.
고창소방서에는 관련 자격과 교육을 수료한 6명의 소방안전교육 전문교관이 활발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강의 스킬 향상을 위해 교육을 받으며 또한 신규 전문교관을 양성한다. 또한 안전강사 경진대회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여 강의기법을 뽐내기도 한다.
교육 프로그램 중 몇 가지 소개해 드릴까 한다. 먼저 고창에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은 해마다 고창소방서를 방문하여 심폐소생술과 소화기 사용법을 체험하고 소방차량과 소방장비 등을 견학하면서 안전에 대해 배운다. 고창소방서에는 소방안전교육장이 설치돼 있어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도 누구나 소방서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고창 관내 4개의 초등학교 180여명은 고창119소년단으로 활동하며 각종 화재예방 캠페인, 소방안전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년단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안전을 배우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소방안전에 대해 전파하고 있다.
또한 14개소의 중학교의 학생들은 미래소방관 체험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교육받는다. 미래소방관 체험교실은 소방안전교육과 함께 소방공무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진로를 상담하고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직접 방화복과 소방장비를 착용해 소방차 방수체험을 하면서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우리 속담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부터 안전교육을 받으면서 안전의식과 경각심을 갖게 되면 언제 어디서든 위급상황에서의 적절하고 안전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형식적인 이론수업으로는 부족하다. 화재나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교육은 머릿속으로만 이뤄져서는 안 되고 이론과 체험실습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반복되어야만 몸에 익혀 당황하지 않게 된다. 소화기와 소화전을 직접 사용해보고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도 적극적으로 체험해 봐야 한다.
이제는 영어, 수학뿐 아니라 안전교육도 조기에 실시해 아이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 안전하고 행복한 가정,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