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기숙사 잔류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토요일임에도 출근을 했다. 8시부터 13시까지 근무시간이다. 이른 시간이라 본관에 아이들이 보이질 않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9시경에 아이들이 본관을 찾는다. 아이들 중 일부는 체육관을 찾아 토요스포츠 수업을 받는다. 참, 대견한 녀석들이다. 13살, 중학교 1학년이 부모님을 떠나 담담하게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해 나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열에 하나는 기숙사 적응이 힘들어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곡성에서, 광주에서, 진안에서, 전주에서 등등 다양한 아이들이 선발되고 성숙한 생활을 이어간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안타깝고 안타깝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해 가고 있다.
책을 읽는 아이,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이, 음악을 듣는 아이, 자는 아이 등 다양하다. 물끄러미 바라다보면 다양한 아이들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녀석들을 한 교실에서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우리의 미래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학급당 아이들이 줄어들고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 토론수업, 이동수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에 만족하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기숙사생 관리라는 명목 하에 출근하는 일이 어찌 보면, 달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실하게 기숙사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 다가온 또 하나의 선물이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12시가 되면, 아이들은 손을 잡아끈다. 정말, 정말 맛있는 기숙사 점심을 위해서다. 학교 뒤, 논에서 우렁 농법으로 수확한 쌀에 김치만 있어도 아이들은 싱글 벙글 즐거움의 연속이다. 차근차근 추억을 되돌려 보니, 학교에서 반찬투정에 음식가리는 아이들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다. 식사를 잘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교육은 완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임영석 시인의 시집, '고양이 걸음', 책만드는집, 2018이 우편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시집을 펼쳐 작품을 읽어간다. ‘살며 생각하며’, ‘편지’-친구에게-, ‘밑줄’ 등 다양한 시에 공감이 같다. 그 중 아이들과 함께 ‘걷다 보니’라는 작품을 읽고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었다.
걷다 보니
임영석
걷다 보니 돌멩이가 행복하게 흩어져서
발밑에 숨었다가 잊어진 채 뒹굴지만
가끔은 눈물도 없이 흐느끼고 있나니,
살아가며 알 만한 건 고독이고 외로움인데
보고도 못 본 척 살아야 하는 건지
도무지 어디부터가 시작이고 끝인가.(이하 생략)
(임영석, ‘걷다 보니’, '고양이 걸음', 책만드는집, 2018.)
임영석 시인은 ‘걷다 보니’, 살아가며 알 만 한 건 ‘고독’이고 ‘외로움’이라 말한다. 우리 아이들도 아직 어리지만 ‘고독’과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다. 그러한 기숙사 아이들의 기숙사 생활이 ‘성장’의 터전이길 바라며, 못 본 척 살아야할 것 같다. 그 시작이 어디이고? 마무리는 어디인가? 궁금하다.
걷다 보니, 행복해서, ‘눈물’과 ‘외로움’이 없는 토요일 근무라서 ‘좋은 하루’였다. 13시, 퇴근을 위해 교무실을 정리하는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나는 녀석들을 향해 왕사탕 하나씩을 쥐어 주었다. 기분이 좋은지, 기숙사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녀석들의 뒷모습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