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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



양해완 <시인·김제시지평선축제제전위원회 사무국장>





장 마 비
                                  양해완
 

푸르른 하늘가를
온통 포도색으로 멍들이고
강한 바람으로 하여금
속세의 모든 고독한 이의 마음을
휘저어 놓은 채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부터
혼연히 내려와
온 세상을 낮게 포복하는
너는 무슨 사연이 그리 많길래
한 낮
한 밤 내내
그리 많은 사연을 멈추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로
노아의 방주를 띄우고 있니






 
(시의 해설)
장맛비가 계속 쏟아지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 예사의 장맛비가 예사가 아닌 것으로 전환되고 있는바, 바로 끝 행 “하늘과 땅 사이로 / 노아의 방주를 띄우고 있니”가 그것이다.




장맛비가 그토록 많은 사연을 품고 쉼 없이 내리는 것은 아마도 구약성경에서처럼 타락한 세상을 구원한 방주를 위해서일까? 




그렇다면 타락한 이 세상 사람들이 타락을 멈추고 어서 이 노아의 방주를 탈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다시 말해 이 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은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시는 거창한 정치나, 사회강령에서처럼 직설적으로 언표하지 않는 미덕을 소유하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쩌렁쩌렁하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스스로 다가와 주제에 부딪치게 만드는 것이 시의 매력이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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