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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드르륵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금요일 오후, 주말에 예정된 친척 결혼식 참석을 위해 고속도로를 선택했다. 자동차를 이용한 나들이는 항상 즐겁다. 가다가 밀리면 쉬어가면 그만이다. 그래서 자동차 점검은 필수다. 그럼에도, 아무런 걱정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익숙함’ 말이다.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때,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리, ‘드르륵 드르륵’이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고막을 찔러대는 소리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딱히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5차선 도로에 차들이 만원이다. ‘가다 서다’의 반복이다.
 




어찌 어찌 목적지에 도착했다. 불안하긴 했지만, 주차하고 아주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동대문의 화려한 불빛들에 차에서 나던 ‘드르륵 드르륵’은 잊은 지 오래다. 인간이 다 그런가 보다. 아니, 내가 더 그런가 보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으니 무사태평이 되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식사를 마쳤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어제의 ‘드르륵 드르륵’은 정말 떠오르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양치를 하고, 선크림으로 대충 얼굴을 마무리 했다. 결혼식이 오후 2시 30분이라 여유로웠다. 적어도 출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귓가를 찌르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형사고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덜컥 겁이 났다. 나 혼자만이 탑승한 것도 아니고, 가족이 함께였기 때문에 걱정은 배가 되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무시하고 살포시 도로 가장자리에 비상주차를 했다. 차량서비스센터를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 행운이란 말인가. 바로 50m 전방에 00서비스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비상등을 켜고, 센터에 들어섰다. 토요일 아침이라 센터는 밀렸다. 직원이 친절하게 점검을 했다. ‘드르륵 드르륵’의 원인은 ‘브레이크 파열’ 직전이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속도로를 주행할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감사했다. 수리비가 얼마이고, 시간이 얼마 필요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받았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목적지인 결혼식장은 시끌벅적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에 팔촌까지 그리운 얼굴들이다. 결혼이라는 맺음을 통해, 수많은 가족이 탄생한다. 그 가족이 새로운 가족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 질서가 아름답게 다가온 하루였다. 때로는 그들도 ‘드르륵 드르륵’, ‘찌그락 째그락’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쉬운 시간 사랑만으로 함께 하는 행복한 삶이 되었으면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드르륵 드르륵’ 파열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파열음에 당당하게 맞서는 ‘너’와 ‘내’가 되자. 파열음이 없는 삶을 우리는 꿈꾼다. 그렇지만, 그 파열음은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 파열음이 어쩌면 자주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다시 시작이다. ‘안전검검’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항상 주위를 돌아보고, ‘안전 불감증’에 감염되지 않는 일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심장 떨리는 ‘드르륵 드르륵’ 경험이, 우리 모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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