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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원 교류로 남북농업협력 물꼬 트이길



강희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GSP종축사업단장>



우리는 요즘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꽉 막혀 있을 것만 같았던 남·북이 하나가 되어 세계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한발 더 나아가 냉전의 전유물이었던 판문점에서는 남·북 정상이 만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필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듣고 자랐다. 그때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성큼 통일이 다가온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남과 북 서로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유도를 위한 대북 경제 제재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와 주변국의 평화에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실 꽉 막혔던 정국을 푸는 데 농업협력만큼 접근하기 쉬운 주제도 없다. 당장 국민이 먹고사는 긴박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와 종자, 비료, 농약 등의 농자재 수급이 여의치 않아 매년 식량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년 전부터 기상과 비료수급 안정으로 식량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나, 인구는 증가하고 농업 생산성은 낮아져 식량수급 사정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5년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서 발표한 북한의 세계기아지수는 16으로 국민의 35% 이상이 기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을 배불리 먹여 살리는 일일 것이다. 남·북한 모두 정치적인 의도를 내려놓고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협상 테이블에 함께 한다면 안 될 일도 없다. 농사를 짓는 데는 비료, 농약, 농기계 등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종자(씨가축)이다. 농사의 반은 씨앗이라고 했다.
 




유전자원은 국민의 식량 안보와도 직결된다. 북유럽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 보관소는 규모나 시설 면에서 ‘노아의 방주’라 부를 만하다. 이곳은 세계 정부, 유전자 은행, 연구소 등이 보내온 종자 87만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가 이 보관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공인한 국제 종자 보관소로서, 종자 31여만 점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가축 유전자원은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국내 중요 가축유전자원을 살아있는 가축, 수정란, 정액, 유전자 형태로 유지·보존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서는 현재 총성 없는 전쟁인 종자전쟁에 대비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종자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사업을 통해 씨돼지와 씨닭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종자 주권을 쥐고 있어야 농업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종축 개량을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큰 기대가 생겼다. 남북 협력의 물꼬가 트이면 북한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하는 한우인 ‘장연조선 소’, ‘세포조선 소’, 전형적인 북한 조선 닭인 ‘산파 닭’과 ‘흥주조선 닭’, ‘함주조선 닭’을 만나보고 싶다.





‘흑우’와 ‘칡소’, ‘토종돼지’와 ‘재래닭’ 등 남한의 토종 가축과 시집 장가 들여서 더 능력이 우수한 우리 민족만의 씨앗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것이 진정한 통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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