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세월이 가고, 아쉬움만 남는 시간이다. 살면서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우리는 세월이 가고, 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월 앞에 서게 된다.
이것이 ‘익숙함’이다. 이 ‘익숙함’ 속에 또 하나의 이별이 찾아왔다.
직장생활 동안 수많은 이별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저 일상처럼 다가왔다. ‘서운함’이라던가? ‘눈물’이 앞을 가리던가? 이런 일련의 감정이 함께하지 않았다.
세월이 가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어는 정도 나이가 쌓였다.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남은 직장생활에서, 어떤 ‘만남’과 ‘이별’이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그때도 아무런 감정 없이 있는 현실과 타협하는 삶만이 정답일 것이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아쉬운 ‘만남’과 ‘이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월이 가고, 떠난 사람의 자리는 새로운 인물이 채워 갈 것이다. 당분간은 낯설음으로 사소한 실수가 있다. 그렇지만, 잘 헤쳐 나가는 것이 직장생활의 패턴이다. 그 패턴에서 ‘나’만을 강조하다보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이끌어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또 다른 문화를 창출해 낼 것이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요즈음 젊은 친구들은 일을 정말 빠르고 정확하게 잘 해낸다. 젊은 리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월이 가고, 세월이 가도, 그저 자리를 지키는 유형이 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보다 능수능란하게 일 처리 하는 상사들을 경험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내 자신은 열정과 창의적인 직장생활이 필요 없음을 피부로 깨달았다. 어느 직장이나 그럴 것이다.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사고의 혜택은 늘 상사의 몫이다. 그러다보니, ‘청춘’들의 ‘열정’은 오래 가지 못한다.
세월이 가고, 익숙했던 공간과 사람들을 내가 떠나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나도 먼저 이별을 고한 많은 인생의 선배들처럼 담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위나 신분’, ‘잘 살고 못 살고’는 아무런 문제가 아닐 듯하다. 까짓, 그것들이 뭐 그다지 중요하단 말인가? 자신의 정신적인 건강을 챙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한다.
세월이 가고, 세월이 가도, 진리는 진리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친구도, 가족도, 직장 동료도, 물음표(?)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진정 이 사회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이 평범한 진리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세월이 가고, 세월이 가면 갈수록, 스피드와 함께 하는 현대인의 삶은 지속될 것이다. 그 스피드에서도 잠시 멈출 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오직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안타까움을 자주 만나게 된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며, 나눔으로 함께 하는 건강한 현대인을 만나고 싶다.
세월이 가고 있다. 야속하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