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작가·예원대 객원교수>
20세기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판화가 마우리츠 코리넬리스 에셔(1898∼1972)의 전시가 4월 1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내 모모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에셔의 그림 '도마뱀'을 이용한 퍼즐 맞추기, 도마뱀과 함께하는 거울의 방 체험, 앱과 완구의 융합을 이용한 플레이하우스 체험 등 청소년들에게 창의력을 길러주는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었다.
판화가이면서 드로잉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명성을 떨쳤던 그는 철저히 수학적으로 계산된 세밀한 선을 사용하는 화풍으로 잘 알려져 있는 초현실주의 작가다. 이번에 삼례모모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주로 목판화와 석판화이었으며, 에셔의 가족사진들과 장년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전시가 되었다.
에셔의 작품들은 이미지를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꾸는 방법과 보는 사람에 따라 그림의 전경을 배경으로 또는 배경을 전경으로 지각하도록 명도 대비를 바꾸는 방법, ‘팬로즈 삼각형’을 이용하거나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시지각과 착각,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에셔가 남긴 작품은 세밀한 선으로 이루어진 판화 448점과 2000여점의 스케치 작품이 있는데, 이중 63점의 판화작품이 삼례모모미술관에 전시가 되었다.
에셔는 20세기 예술의 고전적 범주를 뛰어넘어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 줬지만, 당대에서는 네델란드 고흐처럼 인정받지 못했다.
초창기 에셔의 작품은 정물화와 풍경화가 주를 이루었지만, 1922년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을 여행하면서부터 전환기를 맞이한다. 14세기 이슬람 궁전에서 에셔는 무어인들이 만든 아라베스크의 평면 분할 양식, 기하학적인 패턴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고, 그 이후의 작품들은 테셀레이션 기법으로 작품을 표현하게 된다.
반복되는 패턴과 기하학적 무늬를 수학적으로 변환시킨 테셀레이션(Tessellation: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틈이나 포개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전하게 덮는 것)으로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닉네임이 “수학자가 사랑한 에셔” 인 것처럼, 예술가보다 수학자와 과학자들로부터 더 큰 관심을 받았던 에셔의 작품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 현대 화가들과 디지털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 건축과 공간 인테리어에 널리 차용되고, 게임 및 철학, 그래픽아트, 건축디자인, 영화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특히 테셀레이션으로 구성된 물고기모양 패턴 등은 의상디자인의 패턴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수많은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줬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SF영화 ‘인셉션’에서 에셔의 팬로즈 삼각형을 이용한 착시계단이 영화에 나온다.
고흐도 당대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듯이 동시대의 인물인 에셔 또한 생전에 사람들은 알아보질 못했다. 대중과 평론가들마저도 에셔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작가들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자기만의 독특한 표현법으로 외롭게 작업하고 있다. 그들 중에도 현재는 빛을 보지 못하지만, 고흐나 에셔처럼 후대에 좋은 평가를 받는 작가가 있을 수 있다.
예술은 전시장과 무대 등 특정 공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 작가들 중에서도 에셔와 같은 작가를 알아보고 양성하는 것 또한 우리의 할 일이며, 동시대 사람으로서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