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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장(腸)에 사는 작은 거인, 미생물



정하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농업연구관>





인간과 동물은 미생물과 서로 돕고 살아간다.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공생하는 미생물의 분포가 동물의 건강과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생각해 보면, 포유류는 출산이라는 경로를 통해 처음으로 암컷의 질(膣)의 미생물과 접촉하며 세상에 나온다.
 




미국의 인간 미생물 프로젝트 연구에서는 여성이 아기를 가지면 질 내 미생물의 종류가 급격하게 바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늘어난 미생물은 주로 우유를 소화하는 유산균이었다. 연구진은 아기가 엄마의 질을 통해 세상에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유산균을 몸에 받아들여 모유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고 추정했다. 반면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모유 수유가 어렵고, 자라서 비만해지거나, 귀에 감염을 겪는 것으로 보고했다.




  
태어난 아기의 분변 안의 미생물은 어미의 질 내 미생물 군집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면서 2년 이상 되면 성인과 비슷한 미생물 군집 분포를 보인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프거나 질병에 감염이 되면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한 장 내 미생물은 죽거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분포를 이루면서 컴퓨터를 초기화하는 것처럼 다시 리셋된다.




 
한 방송사에서 인간의 장 안에 ‘피르미쿠테스(Fimicutes)’라는 뚱보균 미생물이 존재하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이것은 장 내 나쁜 미생물 중의 하나이다. 어떤 사람이 속된 말로 “물만 먹어도 살찐다”고 하면 우스갯소리로 치부했지만 그럴 가능성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좋지 않은 식습관을 지니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리 몸에는 나쁜 미생물의 비중이 늘어난다.




 
또, 이 미생물들은 독소를 만들어 장관 막을 뚫고 혈액을 타고 뇌로 간다. 뇌에서 시상하부를 자극해 과식 억제 호르몬 ‘렙틴(Leptin)’의 기능을 저하한다. 렙틴 기능이 저하되면 고 칼로리 음식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면역력 저하, 만성질환,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장 내 미생물의 수보다 중요한 것이 다양성이라고 주장했다. 심각한 것은 한 번 미생물 종의 다양성이 줄면 후대에 식사 습관을 바꿔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장 내 미생물을 지켜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 특히 한우와 젖소처럼 풀을 먹고 고기와 우유를 만드는 반추동물들은 장 안에 더 다양한 미생물이 공생한다. 풀을 가지고 우유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소의 되새김위에 있는 섬유질 분해 미생물 덕분이다. 이 미생물은 풀을 분해를 하고 분해된 당을 이용해 고기와 우유를 만드는 원료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흑염소 위액에서 섬유소 분해 능력이 뛰어난 효소 유전자를 발견한 적이 있다. 천연 분해효소를 이용할 경우, 사료첨가제나 세제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화학재료 사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에서는 젖소 분만 전·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을 대상으로 위(胃)와 분(糞)에서 미생물 균총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잠재적 대사성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생물 연구 분야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가축 장 안의 미생물에서 나온 유용미생물의 활용 기술 개발로 사료효율과 체중 증가량 증가, 육질 향상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나아가 온실가스에 영향을 미치는 메탄 생성균의 활성을 저감하는 데에도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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