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의사는 단연코 IBM의 왓슨이라는 암진단 프로그램이다. 현재 왓슨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암 진단과 치료를 돕는 소프트웨어로서의 역할이고, 둘째는 유전자데이터의 분석을 통한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질환에 대한 예측을 하는 일이다.
1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학 전문 자료와 200여종의 텍스트 북, 290종의 암 전문 학회지와 케이스 분석자료 등을 학습하고, 환자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3년 안에 암의 85%를 분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왓슨의 분석 및 작동은 환자의 나이, 몸무게, 전신 상태, 기존치료 방법 등 20여 가지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약 10초 후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법을 분석해 제안하는 방식인데 항암용법이나 수술방법, 방사선치료법 등을 구체적으로 추천하고 그 근거가 되는 논문도 제시한다. 더불어 치료에 대한 부작용과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 생존율, 적용시기 등도 알려준다.
이러한 왓슨이 우리나라 대형병원 6곳에 벌써 들어와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의사 역할의 80%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위협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말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특정업무를 대체할 뿐’이라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어떤 분야에서 사람이 맡은 모든 업무를 기계가 다 수행한다면 그 사람은 직업을 잃게 되겠지만 사람이 맡은 일의 일부분만 기계가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생산성은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생로병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의료 행위는 소멸되지 않는다. 다만 근엄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처방전을 써내려가는 의사나, 합리적인 설명 없이 무조건 모든 검사항목을 최대한 늘리는 수의사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의학데이터는 3년에 2배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25년 이후엔 3일에 2배씩 증가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는 국가도 개인도 피할 수 없으며 의료계나 우리 수의계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가 의사나 수의사 전부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의료업무의 상당부분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시대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의료계에 닥쳐올 변화에 대하여 의학계의 반응은 첨단기술이 의료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97%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의료계는 인공지능의 진료참여, 의사결정에 빅 데이터 활용, 로봇과 서비스, 3D 프린팅과 제조, 정밀 의료를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첨단기술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나 권리의식은 현재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며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환자 참여 진료팀이 활성화되고 환자와의 소통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의료계는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의사의 출현으로 의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의사가 지정하는 대로 처방과 치료를 하면서 제도적 보호를 받고 살아가는 의사와 인공지능의사의 진단과 치료의 알고리즘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사다.
미래의 의료는 인공지능 주치의와 상호 보완해 가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관계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직업을 잃어서가 아니라 환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심각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아침 강아지 다리가 아프다며 진료실에 온 40대 초반의 보호자는 아예 아이패드를 들고 오셨다. 증상을 이야기 한 다음부턴 내가 설명하는 중간 중간에 인터넷 검색 내용과 비교하며 묻고 또 확인한다. 지난달 미국 수의학 잡지에 실린 아주 최신의 약제 혹은 새로 제시된 수술법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자기 강아지에게도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따지듯이 부릅뜬 눈이 무섭기까지 했다.
이제는 지식과 정보를 어느 특정 계층이 독점할 수 없고 대중들이 공유하는 정보 민주화시대가 왔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지역과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가 소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과거에는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는 엘리트와 지식전문가가 의사결정의 핵심 주체였다면 미래 사회는 개인의 참여와 집단의 지혜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앞까지 다가온 4차 산업혁명시대 나만 눈을 감는다고 패해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