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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1)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어쩌다가, 하늘을 한 번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다. 스카이 다이빙이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구에 올라타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맑은 하늘은 사막의 건조함, 장마가 지난 무더위와 열대야, 무식한 상사나 동료 후배들을 잠재운 안구정화의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어쩌다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직장생활에 바쁜 삶이라서 그런지, 대화도 직장 이야기가 화두다. 참으로 지겹고 반복되는 로봇 같은 그 직장이 늘 대화의 시작이다.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현대인의 직장생활에서 감성적인 시라도 읽어보려 하면, 이상한 시선에 나도 모르게 시집을 덮게 된다. 오늘은 친구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대화는 잠시 접어두고 시집을 읽어보련다.




 
어쩌다가, 새벽운동을 시작했다. 5시가 되면 눈이 자연스레 떠진다. ‘힘이 든다.’는 생각도, ‘하루쯤 늦잠을 잘까?’하는 고민들도 상큼한 새벽공기의 유혹을 멀리하기는 쉽지 않다. 걷고, 뛰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난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나의 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다 그렇고 그런 모양에 나는 행복하다.
 




어쩌다가, 내가 펴낸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보잘 것 없고, 창피한 나의 이름을 앞세운 책들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혹여, 오타라도 눈에 띌까 은근 걱정이 앞선다. 수정하면 그만인데도 알량한 자존심이 앞선다. 그래도 웃음이 앞서는 이유가 있다. 내가 작성한 글이지만, 정말 잘 썼다라고 느껴지는 감동의 문장들이 있다. ‘자뻑’을 잘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글에 만족하고 독자의 기대에 부응했음에 나만의 공화국에는 평화가 깃든다.
 


 
어쩌다가, 반백년을 살았다. 직장에서도 고참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아제’를 지나 그 다음 단계의 호칭이 자연스러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은 늘 ‘17살’이다. 아이돌 노래를 즐겨 듣고, 유튜브 동영상, 페이스북과 같은 SNS와 친숙하다. 그래도 아이들 시각으로는  ‘아제’는 ‘아제’다. 그래, 인정하자. 마음만 ‘청춘’이어도 행복하다.
 




어쩌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말고, 자주 올려다보자. 친구도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자주 만나자. 내가 쓴 책이나 다른 책들도 어쩌다 읽지 말고, 자주 독서하는 습관을 가까이 하자. 그런데, 그런데 참으로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이 ‘세월’이다. 어쩜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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