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화 <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홍정화규방아트 대표>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하였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백의민족이라고 부를 만큼 우리 민족은 하얀 옷을 즐겨 입었고, 이는 곧 백색 선호사상으로 우리의 문화 속에 깊이 뿌리 내렸다. 백의를 좋아하는 풍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여러 민족 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의 백의 숭상은 중국역사서에도 등장하며, 특히 조선시대에는 백의에 대한 금지령이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의를 즐겨 입었던 것을 볼 때 우리 민족의 백의에 대한 감정은 ‘단순히 좋아한다’라고만 하기에는 다양한 논란이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민족은 백색 옷을 즐겨 입었을까? 그 감정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리 민족의 백의 착용에 관한 기록을 보면 중국의 삼국지(三國志) 부여조(夫餘條)에 '한민족의 의복은 백의를 숭상하여 백포(白布)로 만든 포(袍)와 고(袴)를 입고 가죽신을 신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신라의 의복은 대개 고구려, 백제와 같은데 의복의 색은 소(素)를 숭상한다'라고 수서(隋書) 신라조(新羅條)에 언급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素) 역시 염색을 하지 않은 흰 빛깔을 의미한다. 또한 고려시대 문헌에도 '국왕은 집무를 보지 않고 쉴 때에는 일반 서민과 다름없이 백저포(白紵袍)를 착용하였다'고 되어 있다. 백저포 역시 백의로 우리 민족은 고려시대 전기까지는 백의를 아무런 저항 없이 즐겨 착용하였으나, 이후 백의에 대한 금지령이 내려지게 된다.
백의에 대해 금지령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 충렬왕(忠烈王, 고려 25대 왕)대에 백색이 오행(五行)에 맞지 않는다는 상소가 있은 후, 고려 말 공민왕(恭愍王, 고려 31대 왕)대에 와서 의복의 색을 오행에 맞도록 개혁할 것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부터이다.
오행이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設)을 말하는 것으로 중국으로부터 온 사상(思想)이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동방(東方)에 위치하여 목(木)이므로 청색(靑色)이며, 서방(西方)은 금(金)으로 백색(白色)이기 때문에 동방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백의를 입으면 안 된다는 것, 즉 백의를 입는 습관이 음양오행설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백의를 입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공민왕대에 이러한 백의 금지령이 등장은 것은 원(元)의 내정간섭을 받던 것에서 벗어나 그 시기 중국에 새로이 등장한 명(明)과 친해지려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원나라에서는 백색을 즐겨 입었고 명나라에서는 청색을 즐겨 하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여러 번 백의금지령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음양오행설에 어긋난다는 것이고 둘째, 소복(素服) 즉 상복(喪服)이라는 이유에서였으며 셋째, 명(明)과 친해지려는 정치적인 의도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백의금지령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시대 백의금지령에 대한 요인으로 대부분 외적요인을 들 수 있는데 그것은 백의는 염색이 필요 없었다는 것이고 백의에 염색을 하더라도 쉬었으며 세탁도 편리하여 서민들에게 보급되기 쉬운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보는 실용적인 입장으로 해석되는 경우이다.
국어학자인 최현배(1894~1970)는 백의 풍습 외적요인의 하나로 '염료의 발달이 없는 것'을 들었고, 상복의 풍습에 대해서도 '조선시대 그러한 풍속을 조장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될 듯도 한 일이다'라고 하면서 '그보다 더 힘 있고 깊은 것은 민족적 심리에 자리 잡은 내적요인이 아닐까?'라고 하였다.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 민예연구가, 미술평론가, 종교철학자)는 '흰 옷은 상복인데 한민족은 흰 옷을 입음으로써 영원한 상(喪)을 입고 있다. 한민족의 고통스럽고 의지할 곳 없는 역사적 경험이 이를 오히려 어울리게 만들었다'라고 하여 한민족의 백의를 비장함이 묻어나는 슬픔의 옷으로 보면서 한(恨)의 미학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현배는 '민족이 청백(淸白)을 좋아하고 민족적 자존심과 보수성'이라고 이야기하며 야나기 무네요시가 바라보는 백의 풍속 시각의 우울한 측면이 원래 우리 민족의 정서로 드러난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최현배가 말한 백의 풍속의 내적요인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백의를 즐겨 입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우리 민족이 백의를 즐겨 입었던 것은 민족적 정서인 '청렴결백(淸廉潔白)'과 흰색이 상징하는 '깨끗함과 무욕(無慾)', 그리고 '소박함'이라는 상징적 의미로부터 그 이유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백의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그 어떤 한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며, 앞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한국인의 커다란 미의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