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대 <인코리아금융서비스(주) 전주지점장>
대한민국이 연일 찜질방 수준이다. 한낮에 밖에를 돌아다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다들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대한민국은 30년 전 여름보다 10도 이상 뜨거워 졌다. 그리고 여름이 훨씬 길어 졌다. 이제 에어컨 없이 대한민국에서 여름을 나기는 어렵게 된 듯하다.
그런데 서민들은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기가 무섭다. 한낮 온도가 40도에 육박하고 하루 종일 30도가 넘는 더위를 피하려고 12시간 이상 에어컨을 켜면 요금이 20만원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서민에게는 에어컨이 그림의 떡인 것이다.
이유는 바로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부과 체계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사용량 요금)’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기본요금은 설비투자비용과 고정비 회수를 위한 요금이다. 전력량 요금은 전기 사용량에 따라 변하는 단기변동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요금이다.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전력 등 사용 용도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된다. 이중 주택용에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인 ‘누진제’가 적용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12월에 처음 도입했다.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부족해진 전기를 산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정용 전기의 소비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의 요금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2016년도에 개편된 3단계 누진율을 적용하는데 이와 같은 누진제를 적용하여 보면, 전기 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에는 4인 가족 기준으로 700-800KWh 정도를 사용하게 되다 보니 누진율의 최고단계인 3단계를 적용하게 된다. 따라서 서민들에게는 ‘전기요금 폭탄’으로 인식됐고,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올 여름 내내 언론에 이슈가 되고 있다.
누진제의 도입목적이 에너지 소비 절약과 저소득층 비용부담 경감에 있었다. 그러나 가구당 평균 전력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저소득층의 비용부담 경감 효과가 축소되고 있고, 장애인 가구 등 구조적으로 전력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 등은 복지할인요금이 적용된다하더라도 누진요금으로 원가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소득이 있는 1인 가구가 누진요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어 누진제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누진제로 인한 전기소비 절약효과도 소득이 낮은 가구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소득이 높은 가구는 냉방용 전력 수요에 대한 절약인식이 거의 없어 전력소비절약 효과를 저소득가구에만 강요하는 상황도 누진제 폐지가 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단일요금을 적용하는 국가들과 누진요금을 적용하는 국가로 구분되는데, 누진요금을 적용하는 국가들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누진단계는 3단계 내외이고, 누진배율도 2배 이내다. 또 가구당 평균전력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누진구간도 전력 소비량에 맞춰 조정한다.
프랑스는 주택용 전력에 대해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단일요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로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고, 일부 주에서 주택용 누진요금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평균 1.64배(32개사 평균) 수준이다. 일본의 누진요금 체계는 3단계이고, 누진율은 최대 1.5배 수준이다. 기본요금은 사용량과 관계없이 정액을 부과한다. 캐나다는 2단계 누진제를 시행하고 있고, 누진배율은 1.1~1.5배이다. 대만은 5단계 누진제이고, 여름엔 최대 2.4배, 그 외의 계절엔 1.9배의 누진율을 적용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도 우리의 누진율은 1단계와 3단계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도 누진율 자체를 폐지하거나 누진율의 폭을 대폭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누진제 폐지 여론이 연일 언론에 제기 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기기 사용은 국민의 기본적 복지로 인식해야 한다’며 조속한 전기요금 인하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는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7~8월 2개월 간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번 누진제를 한시적 완화조치는 매우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그러나 한시적 누진제 완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는 요금 개편 등에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고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매년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것 같다. 서민들의 전기 사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합리적인 전기요금체계를 조속히 확립해 서민들이 전기요금 걱정을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