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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2)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어쩌다가, TV를 켰다. 자막에 빨간 글씨로 속보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국회의원의 안타까운 투신 자살이다.





종종, 접할 수 있는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자살에 대한 속보나 기사를 우리는 알게 된다. 마음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속보를 TV나 매체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





‘자살’이 없는 진정,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




 
어쩌다가, 책상 서랍을 열었다. 정리되지 않아 지저분하다.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정리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런 일들은 비단 책상 서랍만이 아니다. 가방도, 책꽂이도, 심지어 쓰레기통도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너저분한 상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음은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심신이 안정적이니 다행이다.




 
어쩌다가, 친한 친구와 대화 아닌 아무 것도 아닌 주제로 언쟁을 벌였다. 마무리는 나름 오해 없이 잘 풀었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길에 답답한 마음을 버릴 수는 없었다. ‘한 번만 더 생각할 걸’, ‘내가 너무 심했나?’, ‘상대방도 마음이 불편하겠지?’ 등등 온갖 생각에 우울하다.





살아가다보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언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어쩌다가, 인터넷 쇼핑을 했다. 택배가 도착했다고 문자가 왔다. 참, 편리한 시스템이다. 빠른 배송으로 하루 만에 도착했다.





택배 기사님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최근 불거진 대기업의 택배 기사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가 개선되길 희망한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날이 속히 올 것이다.
 




어쩌다가, 책상 위의 거울을 봤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세월이 많이 지나왔음을 말해 준다. 그 세월의 언저리에서 부모님의 얼굴이 거울에 비쳐 온다.





가끔은 꿈을 통해 만나 뵙는 부모님이 그립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영락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나이가 들면, 부모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한다. 딱, 그 모습이다. 어릴 적 그리도 닮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의 모습이 내 자신이라니 참 세월 한 번 덧없다.
 


 
어쩌다가, 영화를 관람했다. 유명 배우의 영화라 기대를 하고 예매했다. 그런데 영화관에 도착하니, 예매한 영화가 어린이 에니메이션이다. 취소하지 않고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했다. 참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아내와 딸에게는 정말로 겁나게 미안했다. 다음 영화 예매는 신중해야겠다.




 
어쩌다가, TV 시청도, 너저분한 책상 서랍도, 친한 친구와의 만남도, 인터넷 쇼핑도, 책상 위의 거울도, 영화 관람도 상상 그 이상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어쩌다가 만난 소중한 추억들이 삶을 지탱해주고 꿈을 찾아가는 소소한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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