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도 가을의 문턱 앞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세월이, 시간이, 추억이, 선조들의 지혜가 ‘자연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진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분명 우월한 존재다. 그렇지만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는 나약할 뿐이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3분 읽고 2분 생각하는’ 독서가 필요한 시기다. 독서는 비단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독서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실상, 엄마 아빠는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회적 풍조다. 그럼에도 자녀에게는 독서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늘 바쁘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도나 관습에 의해 자유롭지 못하고, 시간에 끌려 다니는 것이 그들이다.
어른이나 상사는 반성해야 한다. 아이들, 아랫사람과 눈높이를 맞춰, 어른이나 상사가 책을 먼저 읽자. 그리고 그들과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자. 부모나 상사가 책을 먼저 읽는 것을 보여주자. 그 자체가 아이들이나 아랫사람에게는 자극이 될 것이다. 그리고 1주일에 30분 정도 시간을 만들어 책에 대한 내용과 일상을 나누어 보자. 왜냐하면 삶의 가장 기초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신문기사를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나의 사건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보도문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일부 정치인 관련 기사나 북한 관련 뉴스 등이 채널마다 신문사마다 방향을 달리하여 해석하곤 한다. 이것은 바라보는 시각, 즉 다양성이 존재하는 우리네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항상 대화의 끝자락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 보면, 정말 짧은 기사 하나 읽어내지 못한다. 독서는 어렵지 않다. 꼭 두꺼운 책을 읽어내는 것이 최고가 아니다. 문자나 활자로 된 것은 모두 읽어내는 것이 독서다. 아니, 읽는 것의 시초다. 그리고 이 ‘읽음’이 대화나 토론의 출발점임을 알아야 한다.
현대인은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늘 실천에 옮기는 것이 어렵다. 핑계도 다양하다. 저마다 다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다른 사람은 속일지라도, 양심을 속이기는 어렵다. 물론, 책이나 기사, 문자 등 다양한 글을 ‘왜? 꼭 읽어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질문에는 현대인의 독서에 대한 ‘합리화’일 가능성이 높다. 굳이, ‘읽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 질문 자체가 아이러니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독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와 ‘읽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간접경험, 정보제공, 감정이입 등 다양한 ‘독서’와 ‘읽음’의 장점에 빠져보자. 하루가 멀다 하고 제공해주는 수많은 책들을 서운하게 하지 말자. 일명 ‘가짜뉴스’도 읽어보고, 시청하고, 그 기사의 진정성을 찾아보자. 가까이 하지 않으면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다.
진정, 거듭나는 현대인의 참 모습을 보여주자. 게임이나 sns는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인터넷 서점이나 포털 싸이트를 통해 출판 소식이나 핫 이슈가 되는 글을 검색해보자. 아마도,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삶의 여유’가 함께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아도 신나고 활기찬 시간들이 주어질 것이다.
가을을 ‘그저 그렇게 보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