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화 <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홍정화규방아트 대표>
영화 속 패션은 극 중 등장하는 배우들의 캐릭터를 표현해주는 무언의 도구임과 동시에 유행을 선도하는 역할도 한다. 배우들이 극 중에서 입는 의상은 카메라의 각도나 움직임에 따라 등장인물의 전체적인 실루엣뿐 아니라 디테일까지 포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 속의 등장인물이 착용했던 독특한 스타일의 옷차림이나 액세서리, 부분적인 디테일의 세부까지 관객들에게 쉽게 어필되고 이 스타일이 대중들에게는 유행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영화 속 배우들은 패션리더로서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일례로 2015년에 개봉 된 콜린 퍼스 주연의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은 영화 속 명대사인 “Manners make's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으로 킹스맨 패러디가 생겨날 만큼 패션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린 대표적인 사례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킹스맨 요원들의 활동장소인 양복점은 실제로 영국의 신사복 맞춤 전문점이 위치한 세빌로우 거리의 한 곳이며, 영화 개봉 후 세빌로우 거리의 매출이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킹스맨 영화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 일명 ‘킹스맨 수트’가 출시됐고 요원들이 하는 복고풍의 헤어스타일 역시 킹스맨 수트와 더불어 남성들의 유행스타일이 됐다. 영화 속 양복점은 실제 영화 개봉 후 제작사 측에서 관객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팝업스토어로 열어 영화 속 그대로의 공간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영화에 등장한 소품들을 실제 구매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1961년에 개봉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주인공인 오드리 헵번을 세기의 패션아이콘으로 등극시켰는데 여기에도 역시 헵번을 위한 지방시의 ‘리틀 블랙 드레스’가 있었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원래 1926년 샤넬이 처음 발표한 것으로 디자인이 단순하지만 1910년대를 풍미했던 야수파의 강렬한 색상에 대항하고 상복이나 남성복에만 뿌리내렸던 검정색을 여성의 일상복 색상으로 확장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 블랙드레스를 지방시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발전시켜 헵번 패션으로 거듭나게 했고, 지금도 수많은 여성들이 이 드레스를 헵번의 상징으로 여기고 패러디하고 있으며 복고 컨셉으로 여전히 애용하고 있다. 헵번의 이 의상은 지난 2006년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영화 소품 역사상 최고가인 92만 달러, 한화 약 10억 원에 팔렸다. 그 수익금은 전액 인도의 굶주리는 아동을 위해 기부돼 헵번의 명성을 드높였다. 이것이 오늘날 헵번 드레스의 유래이다.
현대는 영화의상 디자이너와 패션디자이너의 영역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상 디자이너와 패션디자이너는 상호 영향을 받는 관계가 됐다. 그것은 패트리샤 필드가 의상감독을 맡았던 2008년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드러난다.
이 영화는 사실 1998~2004년까지 TV 드라마로 방영돼 소개된 이후 배경이 되는 뉴욕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 뉴욕 스타일의 열풍을 일으킨 미국 HBO사의 드라마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필드는 이 영화를 통해 패션을 상업성 이상의 문화로 격상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초반 브랜드의 의상협찬을 받지 못한 필드는 배우들에게 직접 제작한 의상을 입히고 뉴욕 빈티지 시장을 손수 돌아다니며 주인공 4명에게 입힐 옷을 직접 고르고 스타일링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드라마에 쏠리는 시청자들의 관심은 유명 브랜드 의상들이 필드 앞에 산더미처럼 쌓이며 스폰서로 줄을 잇게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필드는 영화 속 주인공인 뉴욕을 대표하는 전문직의 화려한 싱글녀인 캐리(제시카 파커 분)를 위해 81벌의 옷을 선보였고 구두 전문 브랜드 지미 추, 마놀로 블라닉을 열광시켰으며 프라다와 펜디를 흠모하게 만들었다. 결국 캐리의 자신을 당당하게 사랑하고 이로 인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자신만의 패션을 창조하는 캐릭터는 21세기 뉴욕 스타일로 정의 내리게 하였고 여성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게 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다른 인기 영화 시리즈와 가장 큰 차별 점을 가지는 것은 영화적 혁명을 넘어 문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했다는 것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산업뿐 아니라 소설, 만화, 비디오게임, 피규어 등 모든 문화 영역을 장악해 향후 영화 산업의 이정표를 제시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는 뉴욕 패션브랜드 ‘로다테’의 자매디자이너인 케이트 & 로라 뮬레비와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자매디자이너는 ‘로다테 2014 F/W' 컬렉션에서 '스타워즈'로 부터 영감을 받은 루쿠 스카이워커부터 인공지능 로봇 R2-D2, C-3PO, 제다이 마스터 '요다'가 프린트된 드레스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것이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화려한 별명을 가진 '스타워즈'의 커다란 영향력 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등장하는 패션은 20세기를 넘어 현재까지 감초 같은 존재였다. 그만큼 영화와 패션의 관계가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는 패션을 발전시키고 패션은 영화를 디자인한다. 영화 속 패션은 스토리텔링 요소가 되는 것뿐 아니라 현대인의 가치관과 패션이미지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동기가 되는 동시에 패션을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영화가 패션산업에 미칠 영향력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커다란 위력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