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 농업연구사>
우리나라 소 ‘한우’는 수소의 경우 평균 30개월 동안 사육되며, 750kg까지 큰다. 프랑스 소인 샤롤레이 종은 1,000kg 이상, 최대 2,000kg까지 크기도 한다. 이 어마어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 소는 하루 약 10kg의 건초와 사료를 먹는다. 소는 어떻게 풀만 먹고도 이 거대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바로 소의 위에 사는 ‘미생물’에 있다. 소의 위는 4개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구간별로 각기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약 150~230리터에 달하는 소의 위는 1g당 100억 마리의 거대한 미생물 군집이 서식하고 있다. 4개의 위 중 첫 번째 위인 ‘반추위’는 미생물들의 주요 서식지이다. 여기에 사는 미생물은 일반적으로 쉽게 분해되는 비구조 탄수화물뿐 아니라, 사람의 위는 소화하지 못하는 구조탄수화물을 소화한다.
소가 풀만 먹고도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소화할 수 없는 섬유질이 많은 여물만으로도 반추위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그로부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 미생물의 분해 작용으로 섬유질은 휘발성 지방산으로 분해돼 흡수된다.
이처럼 미생물은 소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동반자 역할을 하며 소화 뿐 아니라 성장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과학자들은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 소의 거대한 미생물 군집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반추위에는 박테리아, 원생동물, 곰팡이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산소가 없는 혐기 상태가 유지된다. 미생물은 이런 환경에서 섬유소의 물리적 분해 작용과 섬유소 분해 효소에 따른 화학적 소화 작용을 도우며 소가 풀을 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식물체 단백질과 지방의 분해에도 관여해 소가 풀만 먹고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최근 TV 프로그램 중 다이어트에 대한 미생물의 역할이 주목된 적이 있다. 사람의 장 내 미생물이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된 바 있기 때문이다. 가축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반대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가축 장내 미생물 균총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후벽균류’와 ‘의간균류’의 비율이 체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비율에 따라 가축이 사료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양에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후벽균류가 많을수록 살이 더 잘 찌고 비만이 많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가축 장 내 미생물 군집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축산 농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생물을 분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고 소수 집단의 미생물까지 조사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생물의 유전체 특성을 이용해 군집의 세부적인 조성까지 알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법이 개발됐다. 이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가축 장 안에 사는 모든 미생물의 군집을 조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장 내 미생물은 가축의 소화율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인 메탄 발생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생물을 이용하면 최근 기후변화의 요인 중 하나로 주목받는 축산업으로 인한 메탄가스 발생량을 조절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장 내 미생물 연구는 가축의 다양한 대사 생리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가축을 잘 키우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미생물은 단순히 동물의 체내에서 공생하는 것이 아니라 숙주의 영양,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주며 이는 결과적으로 동물의 효율적인 영양대사, 분변이나 메탄 발생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은 앞서 제시한 반추위 미생물의 기능과 효과를 한국 고유 품종인 한우에서 찾고자 하며 이러한 연구가 선제적이고 독창성을 지닐 때 더욱 값진 노력으로 평가를 받고 미래에 건강한 한우를 키울 수 있는 친환경적인 축산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