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규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작년 12월, 온 국민의 관심과 안타까움으로 기억되는 ‘고준희양 사건’. 친부와 동거녀의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로 인해 아동은 사망했고 야산에 암매장 당한채로 발견됐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아동학대 사건들은 연일 이어지고 있고, 우리는 ‘아동학대’ 라는 단어가 이젠 낯설지 않게 느껴지고 있다. 지속적인 증가와 점점 더 잔혹해지는 아동학대 사건들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지, 나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2017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건수는 34,185건으로 2016년도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건수인 29,674건과 비교하여 볼 때, 약 15% 정도 신고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6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로 확인되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부모’ 즉, 아동에 대한 양육방법과 태도, 기술이 준비되어지지 않은 ‘미성숙한 부모’를 들 수 있다. 단순히 아동을 낳고 키워주는 것만이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닌, 아동의 발달단계 및 생애 주기적 특성에 대한 공부와 준비를 통해 아동의 전인적 성장을 지지하며 책임을 지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에도 그러한 준비가 되지 않은 것과 준비를 해야 된다는 생각조차 가지지 않는 부모로 인해 아동학대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훈육에 대한 기준이다. 현재도 아동학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가 아동학대 행위자와 상담을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동의 올바른 선도를 위한 훈육 차원의 체벌이었다는 것이다. 소위 ‘사랑의 매’라는 명목 하에 아동에 대한 체벌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성인에게도 올바른 선도를 위한 명목 하에 훈육 차원의 체벌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용납될 수 있는 것일까? 나아가 우리는 그러한 성인을 마주하였을 때 훈육의 한 방법으로 체벌을 떠올리는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아동과 성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차이가 아동에게 훈육 차원의 체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결코 어떠한 경우에도 훈육 차원의 체벌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아동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단지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명의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 혹은 성인과는 다른 체벌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아동들마저도 스스로에 대한 훈육방법으로 체벌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 능력 등을 함양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의무적인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작년 3월 MBC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국민내각’에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부모교육 의무화법이 방송에서 언급되었다. 이는 그 만큼 체계적인 부모교육안과 의무적인 교육진행을 위한 법적, 제도적 체계가 필요함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교육은 부모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들 스스로에게도 자신들의 4가지 권리(UN 아동권리협약에 의거한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를 인식하고 권리의 주체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사회, 문화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훈육 차원의 체벌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 접속해 ‘사랑의 매, 회초리’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상품화 된 체벌 도구들을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아동에게 아예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아동에 대한 체벌문화가 존재한다.
체벌은 아동에게 공격성과 반사회적 행동, 우울과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학업 성취도와 지능, 언어, 인지능력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아동에게 수많은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훈육과 체벌의 경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아동학대를 정당화시키려는 논리가 될 수 있으며, 훈육 차원의 체벌은 폭력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학대피해아동을 위해 오늘도 쉼 없이 현장으로 나갈 것이다. 모든 사회문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만큼은 그 시간이 길지 않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