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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야 반갑다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오늘 아침도 시끄러운 ‘까치’의 재잘거림으로 싱그러운 햇살을 맞이한다. 아파트라는 공간이지만, 아침이나 저녁에도 자주 들을 수 있는 ‘까치’와 같은 조류가 많아 나름 행복하다. 우리나라에서 까치는 ‘길조(吉鳥)’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 ‘까치’는 동요 '설날'을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다.




동요 작곡가 '설날'의 한국어 노랫말은 매우 독창적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한국 사회의 시대적 상황의 '설날'이 매우 서정적으로 잘 표현된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윤극영(尹克榮, 1903~1988) 선생께서 작사,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동요의 노랫말 속의 '까치 설날'이라는 단어의 뜻을 궁금해 했을 것이다. '까치설' 단어는 ‘한국어의 변형된 고어’ 라고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에는 ‘아찬설’이라고 했다. 이때 ‘아찬’이란 ‘작은' 혹은 '작다’란 뜻이다. 그래서 ‘아찬아들’이라고 하면 작은 아들, 즉 조카를 의미한다. 그러던 것이 ‘아찬’이 차츰 ‘작은’이란 뜻을 잃어버림에 따라 ‘아찬’이 ‘아치’로 변형되어 ‘아치설’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아치’가 ‘까치’와 소리가 비슷하기도 하여 ‘까치설’로 바뀐 것으로, 언어의 역동성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나에게는 ‘까치와 관련한 추억’이 많다. 그 중에 하나는 친구들과 학교를 가던 중 만나 ‘까치의 시체’였다. ‘신성한 길조’로 교육 받아온 나와 친구들은 ‘까치의 시체’를 거두어 정성들여 햇빛 잘 드는 곳에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무덤 앞에는 십자가를 세워두고, 지나가는 길마다 개구리, 잠자리, 메뚜기 등을 잡아 ‘까치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전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엉뚱하고 쌩뚱맞은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가끔 만나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이 ‘까치 무덤’으로 인해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미소의 시간이 된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할머니 죽음과 까치’에 대한 아버지의 원망이 기억에 남는다. 정확하게 기억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아침, 시골 집 대문에는 ‘까치’가 아닌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까악’ 소리를 내지르고는 날아가 버렸다. 이 ‘까마귀’가 날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들에 나가셨던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그리고 황급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민간신앙과 유교의 전통윤리를 근본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은 ‘까마귀’가 대문에서 울고 가도록 내버려둔 우리 형제들을 나무라셨다. 한동안 그 트라우마로 ‘까치와 까마귀’에 대한 혼돈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종종 ‘까치’와 ‘까마귀’에 대한 나의 기본 지식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어찌되었든, ‘까치가 울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과 ‘까마귀가 울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니 조심하라!’는 문화가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의 일부분임을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다양한 교육과 매체를 통한 기초 지식의 변화가 새로운 문화를 양산해 낸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까치’와 ‘까마귀’에 대한 기억들도 사라져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직장에서도 ‘까치’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늘도 차에서 내리는 나를 향해 ‘깍, 깍’ 울어주는 까지가 반갑고 정겹다. 나름, 아름답지도 않다. 그리고 소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까치의 반가운 인사가 나는 좋다. 오늘 나에게 다가올 좋지 않은 일들도 부모님처럼, 좋은 일을 전해주는 ‘까치’로 기억하고 싶다. 까치가 앞서 날아오르며 ‘깍, 깍’을 연거푸 내지른다.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들어 고맙다고 인사를 전한다. ‘깍, 깍, 반갑고 고맙다, 즐거운 하루 되거라. 그리고 또 만나자. 안녕.’ 이미, 입으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셔요./
 




/우리 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상 들이고 잣 까고 호도 까면서/언니 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요/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우리 우리 내 동생 울지 않아요/이 집 저 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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