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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3)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어쩌다 한 번 서울을 방문하고, 다시 전주로 오는 길이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같은 도시, 같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인데, 서울은 도시이고, 전주는 시골처럼 느껴진다. 거시기 허게도 그런 서울 보다, 미사어구는 없지만 그래도 이곳 전주가 좋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지만, 서울이란 도시는 낯설다. 24시 밝은 도시의 이면에서 만날 수 있는 ‘차가움’이 말이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게 된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운동을 적게 하는 흐름이다. 더워도 문제고, 추워도 문제다. 그러나 우리네 건강은 날씨와 무관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많이 먹고, 게으름에 중독되다 보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헌 날씨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이 좋은 가을날에 산으로 들로, 단풍놀이, 꽃구경, 도토리 줍기, 알 밤 줍기, 등산 등이 다 그림의 떡이다. 먹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직장에 앉아 쌓여 있는 잡무 처리에 하루가 간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헌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열심을 들여 준비한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백지가 됐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 처리가 진행되고, 백지가 되는 것을 바라보자니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언제나 이렇게 굴욕적인 일처리의 희생양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시기 허게도 사회는 만만하지 않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오랜만에 카톡으로 연락을 준 친구가 있다. 그런데 내용은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친구의 전화 주소가 사라졌으니 연락처를 보내달라는 거시기 한 SNS가 거시기 허다. 어쩌다 한 번 온 반가운 친구 얼굴이 오늘 따라 보기 싫다. 이것은 나도 인간이라는 씁쓸한 사실이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복직을 하는 직장 동료의 반가움이 거시기 허다.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반가운 얼굴이 앞으로는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한 삶들이 충만하길 기도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의 적신호가 온다. 그 적신호를 얼마나 슬기롭게 이겨내는 지가 숙제로 남아 있다. 거시기 허게도 의술은 발전하지만,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허다. 허무하게도 많은 시간 공을 들여 예매한 고속버스가 출발과 도착을 착각해 무용지물이 됐다. 그것도 출발시간 전에 정류장에 가서 기다리다, 탑승하려고 예매표를 보니 출발과 도착의 오류다. 참으로 황당하면서도 누구에게 무엇이라 말을 할 수도 없어 거시기 허다.
 


 
참으로 우리네 삶은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헌 것들의 연속이다. 행복한 거시기를 위해 거시기 허게도 거시기 헌 삶을 힘을 내어 달려가자. 비록 거시기 헌 일들이 거시기 허더라도, 거시기 허게 거시기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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