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화가·예원대객원교수>
'서학동 갤러리길 협의회'가 주최·주관하는 가을 미술축제 ‘쿤스트 서학’이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서학동 갤러리길 일대에서 열렸다. 쿤스트는 독일어로 ‘예술’이란 뜻이다.
주최 측은 남부시장을 잇는 싸전다리에서부터 서학동 갤러리길(300m)까지 사전에 지역 작가 50여 명을 임의 선정해 대표작품 50점을 파일로 받아 실사 출력한 후, 길목의 빈 벽과 다리 양옆, 서학동에 위치한 아트샵의 윈도우 곳곳에 출력한 플랭을 부착해 그 일대 동네어귀를 갤러리화 시키고자 했던 건 같다.
협회장 김성균 관장은 “이번 미술축제는 서학동 갤러리길을 무대로 한 다양한 미술관련 프로젝트와 행사를 통해 아티스트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아티스트를 후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함에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속성 있는 미술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마련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쿤스트 서학’은 제1회라는 것을 감안해도 미흡한 점이 많아 아쉬웠다. 기대를 하고 찾아간 시민들과 관람객들은 "볼거리가 없다"며 적잖이 속상해 하는 분위기였다.
일단 50여 명의 작가의 그림실사를 출력해 붙여 놨지만 몇몇의 작가만이 메인 거리에 걸려있을 뿐 그 밖의 작가들은 통행이 없는 다리난간이나 외진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작가와 서학마을이 서로 상생하기 보다는 작가의 그림을 벽화처럼 이용만 한 게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터져 나왔다.
또한 ‘갤러리길’이라고는 하지만 전주교육대학교까지도 길이 이어지지도 않고 중간에 끊기고, 서학동내에서도 서로 협업이나 협력하는 모습이 보이질 않아 볼거리가 적었다. 서학동에 입주하고 있는 아트샵에서 인도에 매대를 내놓고 잡다한 것들을 팔고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 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잔칫집에는 무엇보다 먹을 게 빠지면 안 되는데,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서학동 예술인마을엔 몇몇 백반집, 팥죽집, 초밥집 외에 먹을 곳이 없어 관람객들은 애를 먹었다. 일부 주전부리가 준비돼 있기는 했지만 가격대가 높아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50명의 작가에 선정된 한 작가는, 지역작가임에도 서학동 예술인마을에 처음 왔다고 한다. 바쁜 일상 중에 본인의 그림도 볼 겸해서 아이들과 나들이를 왔는데 "본인의 작품 출력물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다른 작가의 출력물의 설치상태를 봐도 상생을 기대하기는커녕 서학동 아트샵의 부속물로 전락된 것 같아 속상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번 ‘쿤스트 서학’은 여러 가지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 열리는 동네 길거리 미술축제임을 감안해보면, 시작은 미약했으나 추후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미술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며 약간의 기대를 곁들여 본다.
우리는 이 시점에 서학동 예술인 마을이 생긴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옥마을이 지금처럼 번성하기 전, 예술가들은 동문거리에서 한옥마을까지 낡은 가계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삼삼오오 모여 작가들의 거리를 만들었고,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집세가 올라 쫓겨난 예술가들이 다시 자리 잡은 곳이 서학동예술인 마을이다.
그 예술인들이 다시 이곳 서학동에서 마을 활성화에 기여하고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곳도 처음보다 집값이 많이 올라 ‘한옥마을처럼 또 쫓겨나는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 속에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치러진 ‘쿤스트 서학’이기에 그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따라서 '서학동 갤러리길 협의회'는 이번처럼 전주시 자금만으로 행사를 치르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처음 취지처럼 작가와 마을공동체가 같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즉, 각자의 아트샵에서 만든 나의 물건만 팔려고 하기 보다는 마을에서 주민들에게 베푸는 방식의 행사를 추진해야 한다.
집주인과 세입자인 예술가, 서학동 주민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한다면 전주시민들의 관심 속에 서학동 길거리 갤러리는 번창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