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전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굿네이버스) 관장>
다가오는 11월 19일은 아동학대예방의 날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이하는 소회가 남다르다. 현장에서 아동학대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주변인의 무관심과 방관으로 신고 및 개입이 늦어져 학대피해의 후유증을 회복하기 위한 상담과 치료의 시기를 놓친 아동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아동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기도 한다.
필자가 미정이(가명)를 만난 곳은 지역병원의 응급실이었다. 머리가 찢어져서 들어온 여자아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학대로 인한 상처 같다는 신고였다. 아동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신체학대를 비롯한 심각한 정서학대와 성학대, 교육적방임 상황이 발견되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과 지원으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아이를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보호하였으나 결국에는 심각한 학대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우리가 미정이를 병원 응급실에서 만나기까지 친부모에 의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학대가 있었지만, 주변인 누구도 미정이와 미정이의 가정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학대상황을 발견하지 못한 3년여 동안 미정이의 영혼은 이미 심각하게 파괴돼 있었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미정이처럼 누군가의 관심과 신고의 손길을 기다리며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사회 전반적으로 아동학대에 관한 인식이 향상되면서 아동학대 신고건수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발견율은 낮은 편이다.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에서 집계한 2016년 '연령별(시도)추계아동인구' 자료를 기준으로 아동인구 1,000명당 피해아동 발견율을 산출한 결과, 전국 피해아동 발견율(아동학대를 발견하여 보호한 수치)은 2.15%로 전년도 1.32% 대비 약 0.83%가량 상승했으나 미국 9.2%, 호주 8.5%에 비해 여전히 4분의 1정도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발견되는 아동학대 사례보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훨씬 많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시민들의 아동권리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의 부재, 그리고 그로 인한 신고의식의 부족이 가져온 결과이다.
아동학대의 80%가 아동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남의 집 일’, ‘부모의 훈육’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신고를 망설이거나 외면하면 결국 아동의 희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아동은 사회적 약자로서 성인보다 존중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동은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 어른에게 해서 안 되는 행동은 아이들에게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동이 가진 권리에 대한 인식과 존중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아동권리와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이 아동학대 예방의 첫걸음이다.
11월 19일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이하면서,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어른인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