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한국수의외과학회 회장>
이제는 좀 익숙해진 단어로 자리 매김한 반려동물은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친근하다. 직업이 수의사이며 또 수의과대학에 근무하다 보니 ‘강아지나 고양이를 구하려고 한다’면서 문의를 해오는 분들이 많다. 특히 구입가격을 주로 묻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른다. 혼자 크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줄 요량으로 함께 지낼 수 있는 반려동물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것이니 깊이 생각하셔야 됩니다. 요즘은 유기견 입양도 괜찮으니, 가족 끼리 잘 상의 해 보세요’라고 조언을 한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사연을 들었다. 남편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부인 이야기로, 자기와 결혼하기 위하여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내용이었다. 순간, 엉뚱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결혼식에서 흔히 듣게 되는 ‘반려’라는 단어는 사랑을 위한 절반의 포기와 상대방이 하는 배려로 포기한 그 절반을 채우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서로에게 책임을 지면서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게 ‘반려자’이지 싶다. 가족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도 이와 같지 않을까?
2018년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미 1천만 명을 넘어 1천5백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급격히 반려인구(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과 반려문화나 심지어 펫티켓(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지켜야 될 에티켓)은 물론 펫코노미, 펫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에 반려인구와 반려동물숫자가 증가하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 즉, 유기견과 유기묘가 급증하는 현상 또한 사실이다. 2010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각 지역 유기견 센터를 통해 조사한 바로는 그 기간에, 약 58만 7천 여두의 유기동물이 센터에 들어왔으며 이중 1살 미만이 약 30퍼센트를 차지했다고 한다. 1년에 10만여 마리가 버려지고 있는 이 같은 현실은 이제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그래서 버려지는 동물에 대한 처리문제는 현재 각 지자체 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유기동물 문제는 근본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의식과 인식문제로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반려동물은 단순히 키우는 게 아니다. 함께 사는 식구이며 가족이다.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장난감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끝까지 책임져야 될 가족이라는 인식과 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족 간에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가족이 한명 더 늘어나면 다양한 희노애락의 경험을 통한 좋은 점도 있지만, 동시에 감수해야 될 책임과 의무감 그리고 생활에 불편한 점도 많다는 것이다.
어쩌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남녀가 결혼으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처럼 반려동물이 우리 가족이 되는 과정 또한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가족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끝까지 함께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난관을 헤쳐 나간다. 마지막까지 책임진다는 각오와 꿋꿋한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좋을 때만 한없이 좋고 어렵거나 불편한 상황이 주어지면 모른 체 하며 버린다면 결코 가족이라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펫티켓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 문화는 거듭 성장하고 있다. 즐겁고 기쁜 일만 있는 게 아니다. 불편하지만 감당해야 될 일도 많다. 반려동물과 함께 외출 시에 준비해야 할 목줄이나 배변처리 봉투는 물론 공동주택에서 흔히 경험하는 이웃에 대한 배려도 그들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는 함께 갈 수 없는 장기 여행 시의 당혹감이나 거실과 침실에서 날리는 털, 때때로 배변 냄새와 오줌도 감수해야 된다.
따라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우리 집에 새로 들어오는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무한 책임이 필요하다. 펫샾에서 구입하든 유기동물 입양소에서 입양하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꼭 기억해야 될 말은 “끝까지 책임 질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키우지 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