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균 <전주기전여고 교장·호남기독학원 상무이사>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이맘때쯤 통과의례처럼 입시 전쟁을 치른다.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시험을 맞이하는 입시생이던, 안타까움과 기대감으로 자녀를 응원하는 학부모이던, 아니면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삼자이던.
대학 입시는 한국 사람에게 언젠가부터 꼭 거쳐야 하는 삶의 일부분이 됐다. 아 참! 수험생을 지도하는 고등학교 선생님을 잊었다. 이들은 시험을 앞둔 제자들을 생각하며 매년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지난 15일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시험이 치러졌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말이 많다. ‘국어 쇼크’,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하다’, ‘이번 수능은 불수능이다’, ‘불수능에 이의 신청도 역대 최다’ 등 국민의 관심이 큰 만큼 말도 많다.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 등 다양한 입시 제도가 도입된 후로는 대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긴 했지만, 국민의 관심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입시를 대표하는 상징적 행사이기도 하겠지만 수험생을 위해 공무원의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추고 비행기 이착륙을 금지할 정도로 국가적 행사로 치르기 때문인 듯하다.
미국의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뉴욕타임스지에 기고한 ‘내가 대학에 18억 달러(약 2조 276억)를 기부하는 이유’란 칼럼을 통해 “몇 개 대학을 빼면 모든 미국 대학이 입학지원서를 평가할 때 학생들의 학비 지급능력을 고려합니다. 저소득 및 중간소득 출신의 뛰어난 지원자의 입학은 거절되고 그 자리는 더 큰 지갑을 가진 가정 출신에게 돌아갑니다”라고 했다.
물론 블룸버그가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많은 돈을 기부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부유층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미국의 대학 관행을 비판하면서도 경제적 능력이 대학입학의 조건이 되는 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만 하지 않고 그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학부생을 위한 장학금과 기금’으로 제한해 기부했다는 데에 그 의의를 찾고 싶다. 우리나라에 이런 관행이 있다면(있는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우리는 입시 제도를 바꿔 버리거나, 입학지원서에 학비 지급 능력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기록할 수 없다는 법을 만들었으리라.
한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태는 많은 국민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떤 사람은 빗나간 부정(父情)이라 해 아버지의 탐욕을 비난했고, 어떤 사람은 부정행위를 하게끔 만든 입시제도를 탓했다. 숙명여고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고 전국의 거의 모든 학교에서 내신 조작이 행해지고 있으니 내신을 믿을 수 없고, 대학입시에서 정시를 늘리고 학종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대입선발을 위한 한 줄 세우기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따라서 변별력이 없으면 수능은 무의미해진다. 수능이 어려우면 사교육을 조장하니 수능이 쉬워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변별력이 있어야 유의미한 시험이 된다는 또 다른 요구 속에서 수능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교육 타파를 위하여 전체는 쉬워졌지만, 변별력 유지를 위하여 킬러 문항이 필요악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수시와 정시가 혼재하고 있는 고3 교실에서 어느 쪽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성적 하향 현상도 킬러 문항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키우는 원인이 되었다. 물론 쉬운 수능이나 변별력 때문에 출제되는 킬러 문항이나 대입 수능 시험이 가져야 하는 본래 취지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야 할 시대는 제조업과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그리고 복잡성은 이전에 우리 인류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대학입학 제도가 이런 복잡하게 변화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야 할 우리 학생들에게 과연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의 비율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
어떤 제도나 법률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본래의 취지를 살려 나가면 된다. 신마저도 이 세상을 완벽하게 창조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완벽하게 가꾸어 가라고 인간을 창조하였다고 한다. 내신을 조작한 사람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 있으면 되돌려 놓으면 된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가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입시 제도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