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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미울수록 매 대신 떡을 준다는 말이다. 미운 사람일수록 잘 해 주고 생각하는 체라도 하여 감정을 쌓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쏙쏙 보여주는 명쾌한 문장이다. 이 속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기’는 쉽지 않다. 직장의 경우, 유난히 코드가 어긋나는 상사나 동료, 후배가 있다. 그들과 어떻게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해 보아도 100에 1도 같은 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미운 놈 에게 떡을 하나 더 주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가족적인 분위기의 직장이라 해도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내가 성정하려면, 상대방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특히, 승진에서도 경쟁자에게 잘 해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미운 놈에게 떡을 하나 더 주어야 하는’ 것일까?




 
대학교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풋풋한 새내기 시절, 서로 좋은 학점과 직장을 위해 경쟁하는 반사회인 대학에서 나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배웠다. 어찌하여 수업에 결석을 한 다음 날, 나름 친한 친구에게 어제 강의 노트를 빌려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새초롬하게 나를 바라보며, 노트 빌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시간이 흘러 그 친구는 ‘경쟁심’ 때문에, 학과의 많은 선·후배, 친구들과의 거리감으로 인간관계에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늘 혼자였다. 도서관도, 강의실도, 식사하는 학생회관도, 학회실에서 만나도 그저 ‘안녕’이라는 인사가 전부였다. 그런 친구와 가까워지려 많은 부분 희생하며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영역’에 어느 누구도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참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그를 향한 ‘미운 감정’이 생겨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가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에 어쩜 저렇게 냉철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가 철저한지... 그가 부럽기까지 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가끔은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할 때가 있다. 그 시절, 그 친구에게 더 다가가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돌아다보면, 철없던 대학 시절에 만난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그 친구가 고맙다. 그를 통해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한 것이, 지금의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 뿌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오늘도 교실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어야 할’ 녀석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그곳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나름, 기대를 잔뜩 안고 교실에 들어선다. 그러나 웬 시츄에이션? 인사는커녕 저마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담임은 안중에도 없는 ‘역시나’이다.




 
사물함 주변에서는 육두문자를 즐겨 쓰는 두 녀석이 아침부터 악을 쓰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했다. 인사성도 없고, 스마트폰에 푹 빠졌어도, 육두문자를 써도 하나하나 가르치며, ‘떡 하나 더 주고 사랑으로 품어야 할 내 새끼들’이다.




 
다 지나갈 것이다. 직장이나 학교나 가게나 사업장이나 그 어디에서도 흔히 말하는  ‘미운 놈’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미운 놈’과의 갈등은 준비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미운 놈’을 피해가려 하면 할수록, ‘머피의 법칙’처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일이 진행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것이다. 모든 일의 중심을 내 자신에게 맞추되, 주관적인 시각보다는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네 자신도 누군가에게 ‘미운 놈’의 목록에 기록되지 않는 초석이 될 것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삶으로 조금 손해 보며 배려하는 서로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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