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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맛' 고려해 생산해야



김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획조정과 농업연구사>





연말 모임이 잦은 이때, 가족과의 외식이나 회사 회식에서 인기 메뉴는 돼지고기, 그중에서도 단연 삼겹살이다.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1인당 한해 소비량이 약 24kg으로, 육류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돼지고기 생산 방식은 맛보다 생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많은 새끼를 낳는 흰 돼지에 사료 효율이 좋고 잘 크는 두록이라는 수퇘지를 교배해서 생산한 것이 우리가 먹는 돼지, 삼원교잡돈이다. 이 방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종의 공식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은 뛰어나지만, 맛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색다른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즉 국산인지 외국산인지, 또는 냉장인지 냉동인지를 따지는 데 앞서 품종에 따라, 맛에 따라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양돈산업에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다.




 
국내에서 맛이 좋은 돼지로는 흑돼지고기를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흑돼지 품종으로는 우리 고유 유전자원인 ‘재래돼지’, 해외 품종인 ‘버크셔’ 품종이 있다. 재래돼지의 경우 1920년대 편찬된 농업기술편람에 ‘모색은 흑색이며 성장이 느리고 체구가 작다. 하지만 고기 맛은 조선 사람의 입맛에 적합하다’라고 기술돼 있을 만큼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장능력과 번식력이 낮고 경제성이 떨어져 일반 농가에서는 사육을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흑돼지 농가는 해외 품종인 버크셔종을 사육한다.
 




이런 흑돼지 시장에 최근 화제가 되는 것이 스페인 재래돼지 ‘이베리코’이다. 동물복지의 이슈와 맞물려 친환경적인 사육 환경에서 방목 기간 도토리를 먹고 자라 육질이 고소하고 마블링이 우수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베리코 식당을 가면 식당 한편에 초지 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베리코 사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내에 유통되는 이베리코 대부분은 식당의 그 사진처럼 사육되는 등급은 아니다. 이베리코의 등급은 방목 여부와 도토리 등 먹이에 따라 가장 우수한 등급인 ‘베요타100%’부터 ‘베요타’, ‘세보 데 캄포’, ‘세보’, ‘세라노’ 순으로 구분한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이베리코는 방목이나 도토리 등을 섭취하지 않은 ‘세보 데 캄포’ 나 ‘세보’ 등급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상위 등급인 ‘베요타’는 소수의 음식점에만 유통이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베요타’ 등급이 아니라고 해서 맛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이베리코가 돼지고기의 고급육 시장의 저변 확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에서도 고급육 시장에 맞춰 개발된 흑돼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우리 고유의 재래돼지를 이용하여 개발한 ‘우리흑돈’이 있다. ‘우리흑돈’은 재래돼지 특유의 고소함과 쫄깃함을 지니고 있고, 성장능력 등은 외국 흑돼지 품종인 버크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또한 현재 개발된 흑돼지 중에 재래돼지의 혈통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한돈’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지 않을까 싶다. 아직 전문 판매식당 등을 찾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이지만 버크셔나 이베리코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흑돼지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맛과 스토리로 무장한 수입 돼지고기의 도전은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흑돈, 이베리코 등 맛을 앞세운 고급 돼지고기의 도입은 천편일률적인 삼원교잡돈 돼지고기 생산 체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극제로서 오래 전 생산성에 밀려 사라졌던 까만 돼지들이 다시 각광받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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