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철도와 우리 농특산물

김건우 <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농산물의 경우 기후변화, 신품종도입, 토양환경, 소비시장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전통시대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감귤이나 사과의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연구에 의하면, 여러 옛 문헌과 비교해서 30% 가량의 지역에서 옛 문헌에 기록된 농특산물이 현재에도 특산물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실로 놀라운 수치이다. 이는 농특산물의 전통성을 근거로 상품의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다는 증거이다. 필자는 농진청 지원연구사업인 ‘고문헌 전통지식을 활용한 농산업 지역마케팅 활성화 방안 연구’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정보이다.  



그런데 지역 농특산물의 전통성과 역사성에 주목해서 마케팅에 활용한 적이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바로 일제강점기시대이다. 1920년대 중반부터 조선총독부 철도국에서 근무하며 화물 운송 업무를 담당한 사토 사카에다라는 일본인의 <조선의 특산 어디에 무엇이 있을까>(1933년 출간)라는 책자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는 업무의 특성을 살려 화물과 그 이동 현황을 면밀히 관찰하여 조선의 농특산물의 유통과 판매를 연구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 여행자를 위한 조선 관광 안내서로 발간했다.


 
사토의 <조선의 특산 어디에 무엇이 있을까>는 기존 관광 안내서와 달리 조선의 ‘특산품’을 소재로 조선을 홍보한 것이다. 당시에는 보기 드문 성격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토는 노선별로 구분하여 특산품을 소개하였다. 경부선, 호남선, 경의선, 경원선, 함경선으로 총 5개 노선이다. 조선 남부 지역에 상륙해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본인 여행자의 경로를 고려하여 노선 안에서도 먼저 남부 지역 특산품을 소개하였다. 특산품 중 농수산물이 53.74%(115종)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특산품의 명칭과 용도, 품질과 생산량, 가격 등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더불어 특산품 생산 공장, 조합의 연혁과 자본상태, 철도 운송량 및 운임비, 생산 방법, 원료 수입처까지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 책 곳곳에 드러난 일본이 저자의 우월적 문명 의식에 들어있다. 즉 일본과 조선을 문명과 미개, 진보와 퇴보로 대비시킨 시선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당시 철도는 제국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올해도 한 달이 조금 못 남았다. 내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다. 최근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시작되고 11월 30일 공동조사를 위해 우리측 열차가 10년 만에 북측으로 향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개성에서 신의주까지의 경의선, 금강산에서부터 두만강까지의 동해선이 조사대상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해방직후부터 1990년까지 북한에서 이뤄진 철도 총연장 길이는 1200㎞로, 1900~1945년 사이 건설된 철도 총연장 길이의 28%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한다. 더구나 단선이며, 단전이 자주 발생한다고 하니, 경제발전 기반 구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농산물 문헌자료 연구사업을 통해 북한 지역까지 지역별 농산물이 정리되어 있다. 실제 그 곳에 옛 농산물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어떤 새로운 농산물이 재배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장래에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넘어서 남북한이 자유롭게 철도를 통해 다닐 수 있게 되어 북한지역 농산물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감격스런 모습을 염원해 본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