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하며, ‘열심히 사는 데 내 삶은 왜 이 모양인가?’ 억울한 마음이 극에 달한 어느 날, 대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됐지만, 그림 의뢰도 거의 없고 결정적으로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놀고먹는 게 주된 일이 됐다”는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웅진지식하우스, 2018)>를 쉬엄쉬엄 다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 남은 미래의 시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하완 작가의 넋두리처럼 정말, ‘나는 어디로’, ‘아,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닌 것 같다면서 왜 계속 달리는 건데?’, ’멈추는 게 우선 아니냐?‘, ‘이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라는 답이 없는 질문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는 내 자신에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괴테는 인생을 ‘속도가 아니라 방향’ 이라고 했다. 진지하게 우리가 살아온 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지금 바로잡아야 남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력해라’, ‘최선을 다해라’, ‘인내해라’는 살짝 명령조의 어투를 아무런 저항없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 말을 곱씹을수록 어째 점점 더 불행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어디로 이렇게 열심히 가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멈춰 섰다. 그러니까 딱히 품은 뜻이 있거나 대책이 있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4~5쪽.)
길은 하나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길이 하나인 줄 알고 최선을 다해 삶을 꾸려가려 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안정되는 인생의 절반쯤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그 길을 돌아다보게 된다.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내 열정은 누굴 위해 쓰고 있는 걸까’,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계획도 없이’ 다른 길에 눈을 돌린다. 그러나 ’먹고사는 게 뭐라고?‘ 그 길을 언젠가는 걸어갈 것임을 다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과감하게 사표를 내던지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면 너무나 무책임하지 않은가?
‘인생을 100으로 본다면 눈에 보이는 행복한 순간들은 몇이나 될까? 즐겁고 흥분되고 설레고 성취하고... , 그런 순간들은 잘 해봐야 20 정도나 될까? 나머지 80은 대체로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별일 없이 시시하기 마련이다.(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244쪽.)
인생을 100으로 본다면 눈에 보이는 행복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다시 말해, 100의 80이 ‘시시함’이다. 그래서 거창한 것 같은 인간의 삶은 어찌 보면 참으로 단순하고 시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순하고 시시하며 사소한 것’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면 아름답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처럼, 인생의 ‘진정한 만족’은 이러한 ‘시시함’을 ‘행복함’으로 만드는 것인 지도 모른다.
‘저 사람이 가진 명성이 부러워’, ‘어떻게 이런 완벽한 소설을 쓸 수가 있지?’,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리다니’, ‘나도 저렇게 돼야지?’,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렇게 동경하는 사람들을 흉내 내 여러 번 시도를 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282~3쪽.)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힘들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취향이나 성격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이 그 일을 대하는 태도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웅진지식하우스, 283쪽.)
똑같은 일을 해도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싫지만 결국을 해내고 말겠다.’는 결과에 집착하는 그들도 있다. ‘열심히’ 하면서 ‘재밌게’ 과정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바보는 없다. 어떤 일에 몰입해서 얼마나 ‘빨리’, ‘편하게’, ‘싸게’,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려는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그 집착에 집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정’에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문제는 일의 진행이 인생과 닮아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