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 1순위 예매율 자리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이다. 이는 락(Rock)을 장르로 하는 영국 출신의 그룹 퀸(Queen)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그들의 전성기인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필자도 역시 퀸의 노래를 듣고 자란 터라 영화를 보는 내내 노래를 머릿속에 흥얼거리며 가슴 뛰게 관람하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시기의 영국은 락 음악이 대중적으로 유행하던 시대로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젊은 세대들이 기성사회의 답답하고 보수적인 가치관에 흔들리게 되면서 이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가사로 노래하는 락 음악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던 때이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대중음악이 탄생한 이후 음악과 패션은 늘 함께 다루어졌다. 대중음악의 한 장르인 락 역시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패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그 시작은 196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와 비틀즈(Beatles)이다. 1960년대는 이들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노래는 물론 그들이 시도하는 옷차림까지도 영향을 미치던 시대로 일명 ‘모즈룩(Mods)’이라는 이름으로 패션이 대중화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트렌드의 하나로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모즈는 1966년 런던 카나비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생겨난 비트족(기존의 보수적인 질서에 반발해 저항적인 문화와 개성을 추구하는 세대)계보에 속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로 보헤미안적인 문학, 예술가, 그룹에 이르기도 한다. 모즈룩은 영국 하류층 젊은이들과 미대생을 중심으로 퍼져나갔으며, 기성세대의 가치관 및 기존의 관습이나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옷차림으로 몸에 꼭 끼는 재킷과 잘 다려진 깔끔한 수트, 깃이 높은 셔츠 등으로 나타났다.
자유와 일탈을 외치던 락 음악의 유행과 모즈룩의 유행은 이후 히피룩(Hippie Look)과 사이키델릭룩(Psychedelic Look)을 유행시켰다. 히피는 1960~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문화의 한 경향으로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원해 전 세계 청년층에 확산되어 하나의 문화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보수적인 가치를 적대시하고 물질문명을 부정했으며 자유와 평화를 중시했다.
이후 히피 문화는 와해되었지만, 히피 세대가 즐겨하던 장발과 수염, 커다란 펜던트, 샌들, 수술장식, 피스마크, 헤어밴드 등의 히피룩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키델릭은 LSD 등의 환각제를 복용한 뒤 생기는 일시적이고 강렬한 환각적 도취상태 또는 감각체험을 말하며 그런 상태나 체험을 재현한 그림이나 극채색 포스터, 패션, 음악 등을 가리킨다. 회화에서 비롯된 이러한 현상은 사진, 영화, 음악 등에까지 확대되어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1960년대에 주로 히피족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예술가에 의해서 도입되었으며 패션에서는 일상적인 감각영역을 확대시킨 색다른 무늬나 형광성이 강렬한 색감 사용 등을 중심으로 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모즈룩 이후 히피룩과 사이키델릭룩으로의 흐름은 1970년대 펑크 음악을 통해 더욱 과격하게 표출됐다. 펑크는 보잘 것 없고 가치 없는 사람, 젊은 불량배, 애송이, 동성연애자, 농담, 허튼 소리 등의 의미를 지닌 속어이다. '펑크'는 음악용어인 '펑키(funky)'에서 파생된 것으로, 1960년대 초에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활동을 시작한 시각 예술가들에게 붙여진 명칭이다. 당시 버클리 대학 미술관의 관장이던 피터 젤츠는 1967년에 열린 전시회 제목을 펑크(punk)로 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국을 대표하는 퀸과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등이 펑크 음악으로 대표되었으며, 이는 음악을 넘어 문화 현상으로 인식되면서 이들의 패션인 펑크룩이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탄생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경제적 불황기를 맞은 국제 정세에 따라, 실업률의 증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불안, 초조를 초래하였고 특히 실직에 대한 불안은 영국에 이민 온 소수 인종인 흑인과 파키스탄계의 인도인의 자녀들에게는 심각한 것이었다. 영국 정부의 인종차별에 대한 심한 반발을 느낀 런던의 젊은 세대들은 이 소수 집단의 좌절, 절망, 분노, 공포를 은연중 그들의 스타일에 풍자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정치적인 저항운동을 펼쳐나갔다.
펑크족들은 아프리카 문화를 동경하였고,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는 무산계층, 프롤레타리안, 보헤미안이었다. 물질만능에 많은 가치를 둔 출세 지향적인 세대들을 지탄하였으며, 스스로 반성취주의(anti-achievement statement)를 택하였다. 또한 펑크는 히피의 경건한 지식주의의 도취에서 벗어나 반지식주의를 지향하였다. 펑크는 질서와 균형을 무시한 예술파괴주의(반달리즘, Vandalism)자들로서 아방가르드 그룹에 속하는 미술대학생들에게 열광적으로 퍼져 나갔다.
펑크는 아프리카인들의 모히칸(Mochican, 혹은 spike) 헤어스타일에 빨강, 파랑 등의 염색과 바디 페인팅, 클립과 옷핀의 장신구, 담뱃불로 지져 구멍을 내거나 일부러 찢어서 구멍을 낸 티셔츠 위에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나를 죽이시오’, ‘인생은 지루하다’등의 메시지를 프린트한 충격적인 스타일로 표현하였다. 특히 이들은 무산계급의 상징인 남루한 옷차림을 좋아하였고 중고가게에서 옷을 구입하거나 떨어진 옷을 패치워크하는 등의 그런지룩(Grunge Look) 스타일을 선호하였다.
이 시기 유행한 음악이 그 유명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인 것이다. 퀸의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는 그 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웅장하고 다소 재미있는 기법으로 오페라를 접목한 희대의 명곡을 작곡했던 것이다. 이 곡은 1992년 마이크 마이어스의 헤비 메탈 광 영화 〈웨인즈 월드〉에서 귀여운 느낌의 삽입을 통해 미국팝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기도 하였다. 현재는 영화로 개봉되어 국내에서는 누적 매출이 본 고장인 영국을 재치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는 등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으며, 펑크패션 또한 젊은 세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스타일로 유행되고 있다.
이처럼 시대를 거스르는 역주행의 인기는 과거나 지금이나 젊은 세대들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삶, 꿈과 희망이 있는 삶을 갈망하는 가슴 속에 담겨 있는 그들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