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지만 공간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한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문에 대한 심상이 달라진다. 어떤 이는 문에 기대어 그리움을 생각하고, 또 다른 이는 더 큰 세상으로 통하는 출발점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여닫고 출입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손잡이는 왜 둥근지?’, 그리고 ‘문은 왜 공간을 분리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세세한 고민에 빠져본다. 그리고 어머니는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는가에 대해서도 머릿속을 파고 들어온다. 꿈 많은 자식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투영되어 문풍지가 파르르 떨렸을 것이다. 지금 문 앞에 서 있는 내 마음이 그 당시 어머니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그리움과 기대감이 물감처럼 뒤섞인 문에 대한 심상이 곧바로 비상구에도 그 색채가 번져, 生과 死의 공간을 만든다. 비상구는 소위 생명의 문이라고 한다.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비상구를 통해 피난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있기 때문이다. 화재를 발견했을 때 초기소화도 중요하지만 무리하게 화재를 진압하다 피난시간을 허비하고 진퇴양란에 빠져 허둥지둥하다 생명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금껏 쌓아올린 재산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에 대한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도 생명의 소중함을 먼저 생각해봐야한다.
무너진 탑은 다시 쌓아올리면 되지만 그 탑을 쌓는 사람이 없다면 잿더미로 덮인 공허한 빈터만 남을 뿐이다. 그래서 비상구에 대해 각별히 생각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점검이 필요하다. 비상구 개폐에 문제가 있다면 사전에 수리하고 물건이 적치 되어 있다면 물건을 치워 비상탈출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한 말발굽 등 통풍을 위해 설치한 장치는 제거해야한다. 화재의 농연이 계단실에도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비상문의 역할임을 명시해야한다.
잠깐의 환기성과 물건보관 공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비상구에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필시 그 대가는 한 줌의 재로 돌아올 것이다. 화염과 농연에서 후회해도 때는 늦는다. 때를 놓치기 전에 비상구를 점검하기 위해 고창소방서도 여러 가지 대안으로 노력중이다. 불시에 비상구 폐쇄 및 물건적치 단속을 시행하고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다. 또 비상구 신고포상제를 운영하여 국민감시단이 실시간 위법여부를 감시하여 신고함으로써 깨끗한 비상구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는 비상구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만일의 사태까지 사전에 멀리 내다보고 영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비상구를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소방서의 우선적 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부과하여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은 후차적인 것이다.
‘비상문의 손잡이는 왜 둥글 것일까? 세모, 네모 다양한 모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둥글게 손을 맞잡고 지켜야 할 사항을 지키자는 약속이며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불안정함을 지우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각이 살아있는 세모,네모는 불안정한 사회에서 서로를 감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예리하게 지켜보는 형상이다. 비상문의 손잡이가 둥글게 잘 돌아가게 하려면, 안전을 약속한 사람들의 마음이 한 데 모여서 화재를 예방하고자 하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