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학교에는 ‘거울공주’, ‘거울왕자’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그래도 조심스럽게 작은 손거울 하나 정도 호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교실 책상 위에는 둥글고, 네모나고, 커다란 거울이 즐비하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거울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사춘기의 절정인 2학년 교실에 수업을 들어가면, 이상야릇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왕성한 호르몬 분비와 화장품 그리고 먼지와 과자 등에서 나오는 냄새의 짬뽕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하는 중요성을 알려주어도 ‘무슨 냄새?’ 하면서 반색을 한다. 그러면서도, 거울은 손에서 절대 놓지 않는다. 거울을 힘껏 부여잡고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또 살펴본다.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옷의 먼지도 털고, 입술을 벌겋게 새 단장 하느라 바쁘다. 어김없이 그런 녀석들의 책상위에는 시간마다 올려 있어야 할 책과 노트, 필기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거울공주’가 나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커다란 파우치에 고급 화장품은 기본이다. 너와 나, 둘 중에 누가 더 예쁘게 화장을 하고 학교생활을 하는 지에 대한 경쟁심처럼 보인다. 예쁘고 단정한 것은 좋다. 그러나 정도가 넘치게 보이니 심히 걱정스럽다. 심지어 가끔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풍경도 있다.
예쁘장하게 생긴 남학생을 점심시간에 교실 한 중앙 책상 위에다가 모셔(?)두고,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앙증맞게 묶고, 눈과 볼, 입술 등에 화장을 실습하며 기뻐하는 그녀들이 있다. ‘얼마나 저러고 싶었을까?’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불러서 혼을 낼 필요도 없다. 오히려 다가가서 아이들과 함께 그 과정을 즐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사춘기의 한 복판에서 녀석들과 어울리고 있음에 가끔은 놀라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야 경험할 수 있었던 문화들이 하나, 둘, 우리 아이들에게 가까이 있음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막고 버틸 수는 없다. 막으면 막을수록 더 호기심이 생기고 ‘사고 아닌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다. 올바른 ‘성장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어른들의 문화-화장, 음주, 흡연, 놀이문화 등등-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장단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더 이상은 무지한 ‘거울공주’, ‘거울왕자’를 양산해서는 곤란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옛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것을 앎-이라 했다. 옛것이라 해서 다 쓸모없다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익혀 새것을 창조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현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의 흐름에는 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고민과 많은 갈등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그럴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집단사고’를 거쳐 현명하고 판단하고, 행동지침을 만들어 실천하였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종회를 마치고, 교실 정리를 하다가 어떤 녀석 책상위의 커다란 거울을 들어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그런데 그 커다란 거울에는 멋진 남자가 떡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오메! 녀석들이 이 기쁨에 거울을 그렇게도 수시로 쳐다보고 또 쳐다보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참에 나도 다이소에 가서 저렴하고 커다란 거울 하나를 장만해야 할 것 같다. 조회, 종회, 그리고 ‘수업시간마다 그 거울을 가지고 다니며, 녀석들과 경쟁하듯이 ‘거울왕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어설프고 엉뚱한 생각에 절로 피식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