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의 사상의 뿌리는 푸리에, 생시몽의 공상적 사회주의로부터 출발해 로버트 오웬, 윌리엄 킹 등의 협동조합 사상가와 실천가들로 이어져왔다.
협동조합의 초기 사상은 자본의 공동소유와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이상적 사회주의 사상이었고, 로버트 오웬 등을 통해 ‘협동촌’ 건설을 통한 공동소유와 생산, 분배라는 이상향이 실험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험된 이상은 성공하지 못했고,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경험에 이르면서 ‘협동촌’이라는 거대한 이상향의 실현보다는 현실 세계에서 자본주의 구조의 모순과 폐해로 인해 피해를 입는 당사자의 삶을 방어하는 운동으로서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발전해 왔다.
생활협동조합운동은 19세기 서구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출발했다. 자본주의의 성장 초기 열악한 노동조건과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 노동조건 개선, 노동자의 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한 투쟁을 전개했고,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을 규합해 식재료의 품질과 가격을 정직하게 정해 조합원들에게 판매하고 그 이익을 나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생활협동조합의 롤모델은 영국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으로 노동자들의 공장에서의 정치경제적 투쟁이 비윤리적인 자본가와 국가의 탄압으로 실패를 겪은 후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생활협동조합은 1920년대 일본제국주의 침략기부터 시작됐다. 일제에 의한 경제적 수탈이 악화되면서 조선 백성들의 삶이 궁핍해지자 경제적 자립을 위해 각지에서 생활협동조합이 결성됐다. 이 시기의 생활협동조합은 일제의 정치경제적 침략에 저항하는 민간 차원의 민족 운동 성격을 띠면서 일제에 의한 탄압과 횡포로 강제 해산 당했다.
우리의 생활협동조합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와 삶의 기반으로서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로 생산자, 소비자의 각성 속에 생활협동조합이 발전해왔다.
1980년대로 진입하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경제적 민주화의 격랑을 겪으면서 시민의 자발적 결사체들이 조직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많은 지역에서 단위 생활협동조합들이 구성됐는데, 이들은 정치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지향을 갖고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운동을 만들고자 생활협동조합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생활협동조합의 사업으로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는 당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쇠퇴일로에 있던 농업을 지켜야한다는 공분과 농약과 인체에 유해한 식품첨가물의 남용, 빈번한 식품사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에 따른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특히 80년대에는 농업이나 식품안전 문제 와 같이 높은 의식수준을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에 관심을 갖는 고학력 전업주부 층이 형성돼 있었고 이들이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생활협동조합운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주 17일부터 3박 4일간 일본의 팔 시스템(PAL SYSTEM)을 보고 배우는 기회가 있어 팔 시스템(PAL SYSTEM)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팔 시스템은 지역협동조합연합회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민으로서 함께 일함으로써, 다양한 농업가치를 재발견하고 환경 친화적인 리사이클 환경 및 식량과 농업을 연결하는 풍요한 지역공동체를 조성해 건강하고 안전한 삶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팔 시스템의 주요활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협의체로 농업방식을 개선하고, 환경친화적 농업을 발전시키며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농법 추진을 위해 고급 유기농법을 배우고,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협의회를 설립해 활성화시킨다. 또한 농민 간의 국제적 연대를 발전시키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협업, 정보교환 및 소통을 촉진한다.
팔 시스템의 주요성과는 생산자와 소비자 협업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고자 2005년부터 일본 전국 각지의 생산지역별 지역협의체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자원을 유효하게 활용하면서 성공적인 리사이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프로그램은 팔 시스템과 지자체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다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쌀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라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벼 심기부터 수확, 탈곡까지 벼 생산의 모든 과정의 체험을 통해 밥맛을 알리고 농부가 강사로 참여하는 등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둘째, 농민이 인근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하는 뷔페식당 운영을 통해 지역 농업과 관광을 동시에 홍보함으로써 시너지를 내고 있다. 셋째, 지방의 소도시와 도쿄를 연계함으로써 지역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가 연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바, 해당 지역의 특산물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데, 바로 이 제3섹터 이니셔티브가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이 공동으로 조화롭게 같이 나아야 할 시사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