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100세 시대에 장수 하는 것은 축복일까?




정영대  <인코리아금융서비스(주) 전주지점장>

대한민국 사회는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이면 평균 사망연령이 90세에 이르러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이러다 보니 현재 70세가 넘은 노인들의 고민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아야하나 아니면 실버타운으로 옮겨야 하느냐를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즈음해 정부 차원에서 유료 실버타운을 건설하면서부터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해, 1990년대에 전국 각지에서 실버타운 건설 붐이 일어나 수원과 청평, 고창 등에 시설이 잘 갖추어진 실버타운이 건설돼 이들 타운으로 노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실버타운에는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산책로 등이 있고 취미클럽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노인들은 이곳을 노후시절의 낙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100세 시대이기 때문에 실버타운에도 변화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지금의 실버타운이 몇 십 년 후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실버타운은 평균 수명 70세 정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60세 정도까지 일하다 은퇴해 젊은 시절 누리지 못했던 여가생활을 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공간의 모델이다. 그러다 보니 실버타운을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이미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100세 시대의 노인촌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대해 특집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일본의 실버타운에서 35년을 살아온 ‘이또 할머니’의 일기를 입수해 보도했는데, 그 내용이  대단히 흥미롭다. 그 화려하던 실버타운이 35년 후에는 독거노인 타운으로 변해 간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인을 잃은 남자노인들은 집을 자주 청소하지 않아 쓰레기가 쌓이고 타운 전체가 지저분해져 젊은 노인들이 입주를 꺼리기 때문에 아파트 값도 떨어지고 타운이 점점 시들해져 간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미국의 대규모 실버복합타운 썬 씨티도 마찬 가지라고 한다. 썬 시티는 지금 젊은 노인들이 더 이상 입소하지 않고 있는데 원인은 일본과 비슷한 것으로 판단 된다.
 
치매노인이 많아 동네에서 가출신고가 빈번한가 하면 사망한지 며칠이 됐는데도 옆집에서 조차 몰라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85-90세가 되면 운전도 못하게 되고 댄스파티에도 나갈 수 없거니와 수영장에도 가기가 힘들어 실버타운의 좋은 시설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부부가 같은 날 죽지는 않기 때문에 현재 실버타운에서는 홀몸노인 즉 싱글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싱글노인이란 우리가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이 아니라 85세 이상 된 힘없고 노쇠한 독거노인이라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혼자 남은 노인의 고독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나마 실버타운 내에서 사귄 친구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고 한다. 오직 이웃에 사는 친구들만이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들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들을 70대에서부터 미리미리 사귀어야지 85세가 넘으면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다고 이또 할머니는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실버타운이 노인들의 파라다이스가 아님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는 놀라운 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성 노인 범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노인들이 수퍼마켓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버젓이 훔친다. 일부러 훔치는 것이다. 감옥에 가기 위해서다. 감옥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거려 외롭지 않고 자신의 건강까지 교도소에서 다 살펴주고 운동까지 시켜주기 때문이란다. 교도소가 노인들의 피신처로 바뀌고 있어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자유는 없지만 걱정꺼리도 없다는 것이 감옥을 찾는 노인들의 생각이다. 캐나다에서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루드비히’라는 말하는 로봇인형을 독거노인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혼자 사는 ‘홀몸 노인’, ‘독거노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부 두 사람 중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 마련이다. 노인들은 혼자 사는 연습을 해야 하고 특히 남자노인들은 요리강습에 참여하는 등 부인을 잃을 경우 자립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남자들이 겪어야하는 서바이벌 훈련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될 수 있으나 건강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친구가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오래 산다면 어떤 모습일까?’ 늘 고민하고 생각해 보며 준비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