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서로 닮아간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살을 비비고 살면서 배우자의 말하는 어투나 얼굴 표정 등을 보며 서로 은연중에 배우고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동네에 말을 더듬는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를 유독 놀리는 또 한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말을 더듬는 친구가 말을 더듬을 때면 어김없이 그 말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그 아이를 놀리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지금 그렇게 친구 말을 흉내 내던 친구가 지금 말을 더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닮는다는 것은 이렇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닮기 마련입니다. 특히 가족관계에서는 말이나 외모만 닮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음 씀씀이까지도 닮아갑니다. 세월이 갈수록 자녀나 배우자는 부모나 배우자의 가치관이나 성격을 그대로 빼닮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쪽으로 닮아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서로 좋은 쪽으로 닮아 가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쁜 쪽으로 닮아가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흥부전을 보면 놀부와 놀부 마누라의 심보가 똑같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두 사람이 그렇게 똑같이 고약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 나빴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쪽이 나쁜 쪽을 닮아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지어낸 말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남편이 독하면 아내도 독하고, 아내가 독하면 남편도 독한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쪽이 '경우 없는 사람'이라면 그 배우자도 대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는 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착한 방향으로 닮아가는 부부도 많습니다. 결혼 전에는 봉사나 나눔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결혼 후에 부부가 함께 사회봉사를 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기부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닮아가는 것은 부부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 닮아가는 것입니다. 말을 더듬는 친구를 흉내 내던 친구가 결국은 말더듬이가 된 것처럼 나쁜 사람을 자주 흉내하면 나도 모르게 나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쁜 쪽을 닮는 것이 아니라 좋은 쪽을 닮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상대의 나쁜 점을 크게 만들지 말고 좋은 점을 크게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납니다. 넘지 말아야 할 중앙선을 너무나 쉽게 넘나드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그리고 먹고 산다는 이유만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잣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악이 판을 치고 그 악에 상처를 받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악한 사람은 좀처럼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뻔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한 사람은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악한 사람들이 주도권을 쥐고 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상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선한 사람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 또한 좋은 쪽으로 닮아가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랬든 저랬든 그 시작은 '남'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