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에 등을 켜놓으면 커다란 물방개가 날아와 톡 떨어졌다. 대야에 잡아넣은 물방개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며 놀곤 했다. 물방개는 기름도치(북한), 쌀방개, 말선두리, 물강구, 방개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우리 추억과 함께한 곤충이다. 물방개는 ‘물속의 폭군’으로 불릴 만큼 수서곤충 중에서 상위포식자에 속한다. 물방개는 죽은 먹이를 먹는 청소부 역할도 하고 있지만 사냥을 해서 먹거리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물방개의 유충도 턱으로 분비한 소화액으로 먹이의 살을 녹인 후 먹이의 살을 빨아 먹는다.
물방개는 적으로부터 공격에 견딜만큼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고 움직임도 빨라서 천적이 거의 없다. 이렇게 먹성 좋고 힘이 세던 물방개는 2017년 이후 멸종위기 보호종 2급으로 지정될 만큼 요즘은 보기가 어렵다. 보호종이니만큼 옛날처럼 마음대로 채집해 사육할 수 없는 곤충이 돼 시중에서 판매되는 종만 사육할 수 있게 됐다. 흔하던 물방개는 어디로 갔을까?
물방개가 사라진 이유를 하나로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방개가 사는 농촌과 논의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사를 짓는 방법이나 농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물방개가 사는 하천이나 논의 환경도 바뀌었음은 우리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농작물을 쉽게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했으며 그 부산물이 물방개가 사는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여건은 직접적으로 물방개가 살기 힘든 환경을 만들뿐만 아니라 물방개가 의지하는 생태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 물방개가 먹는 먹이인 올챙이, 작은 물고기, 개구리, 잠자리, 애벌레, 모기유충 등 다른 생물들의 생존도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으로 벼를 재배하는 곳에서 물방개가 자주 보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물방개의 생존 문제 하나만 보아도 유기농업은 물방개들의 서식지를 제공해줄 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유지에도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서 산자락 논이나, 일부 유기농 논 등에서 물방개를 볼 수 있다. 물방개가 모든 논과 실개천에서 볼 수 있는 날은 우리가 농사를 어떤 방식으로 짓는가에 달려있다면 과장일까?
우리가 물방개를 살리는 노력을 한다면 그 노력이 우리 자신을 살리는 것으로 이어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