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둘 이상이 만나면 나이와 군대 이야기가 화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다. 다음은 군대다. 혹여, 같은 사단이나 부대를 스치는 인연만 있어도 대화거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나 군인 관련 소재 책이나 영화는 나름 인기가 시들지 않는 편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 해군 입대와 관련한 소설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바로, 민혜숙 작가의 <돌아온 배>-흥남철수 비하인드 스토리-(케포이북스, 2018)다. 이 작품을 통해 잠시 잊고 지내던 평화의 소중함과 전쟁의 위험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소망해본다.
이 이야기는 아들의 해군 입대를 못마땅해 하는 에드워드 포니(“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왜 군인이 되고 싶니?, 위의 책, 9쪽.)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네드 포니의 갈등(“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군사학교요. 아버지 잘 모르세요? 위의 책, 9쪽.)으로 시작된다.
“네드가 제 방으로 가고 난 후,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네드로 하여금 군인이 되고 싶게 했을까. 나는 그 녀석을 키우면서 의도적으로 조용한 쪽으로 유도했다. 녀석은 나의 바람대로 건강하고 활기찼으며 매사에 긍정적인 밝은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런데 왜 갑자기 군인의 길을 가겠다는 것일까.”(위의 책, 11-12쪽)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의 출발은 군인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이다. 그러나 네드는 “아버지는 제가 무식한 군인이 될까봐 걱정하시는 거잖아요”(위의 책 12쪽.)처럼, “왜 군인이 되고 싶으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수가 없다. 갈등의 출발은 어쩌면 네드가 던진 “아빠, 우리 집에 아주 멋진 배가 있어요”(위의 책, 16쪽.)라는 한 마디였다. 이 질문에 대한 아빠의 반응은 마치 내가 군사학교에 가겠다고 말했을 때와 비슷해 보였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때부터 네드는 이러한 어정쩡한 아버지의 태도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아빠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네드는 입학식 때, 네이비 군복에 눈부신 흰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입학식 행사에 참가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나와 엄마를 보고 환하게 웃는 그 애의 모습에서 나는 언뜻 누군가를 본 것’(위의 책, 21쪽.) 같았다. 내 안에 깊이 숨겨진 그 얼굴이 네드의 얼굴에 겹쳐졌다. 네드는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근무하게 된다.
아버지는 해병대의 군인이었다. 1909년에 태어난 아버지는 젊은 시절 큰 전쟁을 많이 경험했다. 나에게는 다른 형제가 없어, 늘 외톨이였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거기다가 항상 아버지가 집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아버지와 조금 친해질 무렵 아버지는 또 다시 한국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그러나 운명은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은 마주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아버지가 한 번도 이야기 하지 않은 할아버지 이야기를 네드는 시터델에서 우연하게 마주하게 된다. 어느 날 지나가던 교관이 내게 이름을 물었다. “혹시, 에드워드 포니 집안과 관련이 있나? 제 아버지 성함이 에드워드 포니입니다. -(중략)- 그래, 그렇다면 자네가 포니 준장의 손자란 말인가?”(위의 책, 31-32쪽.) 남들이 다 알고 있는 할아버지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창피했다. 그 날부터 나는 할아버지의 행적을 더듬어 찾기 시작했다.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했다. 그런데 우리 집 지하실에서 봤던 그 배와 똑같은 군함모형이 방문자센터 중앙에 있었다. 그 배와 나 사이를 아버지가 가로막고 있었다. 네드는 결혼을 하고, 귀여운 손자 벤과 함께 5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고 대위로 진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네드는 “아버지, 저 전역하려고 해요. -(중략)- 내가 널 보고 그만두라고 한 적은 없다. 알아요. 그렇지만 제가 군인이 된 것을 좋아하시지도 않았잖아요. -(중략)- 교사라구? 뭘 가르치는데? 역사도 가르치고, 행정도 하고 아무튼 축하해 주세요.” (위의 책, 36쪽.)라는 한 통의 전화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