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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돌발병해충, 농민과 함께 하는 위기대응



김상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농업연구사>



작년 봄과 여름은 상당히 무더웠다.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일수인 폭염일수가 31.5일로 관측사상 최고였으며, 지속되는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다. 이러한 이상기상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작물도 지치게 만들어 병과 해충이 쉽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일례로, 작년 봄철, 보리와 밀, 귀리 등의 맥류에는 붉은곰팡이병이 2002년 이후로 가장 많이 발생해 큰 피해를 줬으며, 여름철에는 고온으로 파밤나방이 극성을 부려 특히 콩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붉은곰팡이병이나 파밤나방이 평소 피해를 안주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의 경우는 봄철 출수기(5월 경)의 잦은 강우로 인한 높은 습도, 고온으로 붉은곰팡이 증식이 활발해져 그 피해가 커졌으며, 여름철 고온으로 파밤나방의 생장이 촉진돼 애벌레 발생이 급증하면서 피해가 커지게 됐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 혹은 작부체계 다양화 등의 환경변화로 인해 돌발적으로 발생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토착 또는 외래병해충을 ‘돌발병해충’이라 한다. 최근 기상이상이 반복됨에 따라 돌발병해에 의한 피해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돌발병해는 기존 큰 피해를 주는 병해충이 환경조건에 영향을 받아 대량으로 발생하는 경우 외에도, 피해가 크지 않던 병해충이나 혹은 기존에는 국내에 없던 외래병해충이 환경조건 변화로 작물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실례로 2016년 봄의 습하고 낮은 기온에서는 보리, 밀에 녹병이 발생해 잎에 심한 피해를 일으켰다. 또한, 작년 봄철의 고온다습한 기후조건에서 붉은곰팡이병 뿐만 아니라, 기존에 국내발생이 보고되지 않던 세균점무늬병(가칭)이 몇몇 보리 재배지에서 크게 발생해 잎에 반점을 일으키고 줄기를 부패시켜 이삭을 고사시켜 피해를 줬다.
 
  이러한 돌발병해충 방제를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시·도에서 시행하는 긴급방제 외에 대부분의 경우 농가에서 직접 방제를 수행하는데, 이 때 PLS제도(Positive List System,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에 주의해야 한다.

  PLS제도는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로, 올해부터 국내에 사용등록 또는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외에는 허용기준을 0.01ppm 이하로 제한하며, 이는 물 5L에 농약원제 한 방울 섞일 때의 농도로 실질적인 사용금지에 해당한다.
 
 벼, 콩 등의 대규모 재배가 아닌 귀리, 메밀 등의 소규모 재배 작물에서는 방제약제가 등록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작물에 등록되지 않은 약제를 처리하면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에 의해 부적합판정을 받아 폐기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각 작목별로 농업현장에 꼭 필요한 농약을 잠정등록해, 방제에 활용할 수는 있으나 2022년부터는 이마저 사용이 금지되므로 그 사이 필요한 농약 등록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한시적 사용이 끝나는 2021년 12월 31일 이후를 대비해 작목 별로 필요한 농약을 직권등록하기 위해, 그동안 약제등록이 없던 소면적 재배작물에 대해 병해충 발생실태와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를 통해 기존 등록농약이 없던 소면적 작물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방제약제를 직권등록 하고자 함이다. 이상기상으로 인한 돌발병해는 전국적으로 크게 발생할 수도 있으나, 지역에 국한돼, 혹은 내 논·밭에만 발생할 수도 있다. 아직은 그 피해가 크지 않은 다양한 병들이 앞으로의 환경변화에 따라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변을 살펴보며 농작물에 지금껏 보지 못한 병해충이 발생하면 언제든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나 도농업기술원, 농촌진흥청에 알려야 한다. 발생한 병해충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안전하게 방제할 수 있는 작물보호제를 등록해야 작물의 안전생산이 가능해진다.
 
  최근 돌발병해충발생은 기존에 발생하지 않던 해외유입 병해충이 발생해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경우는 토착화되기 전에 방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업현장의 제보가 특히 중요하다. 이를 통해 새로운 병해충을 진단해야 PLS제도 하에 꼭 필요한 농약을 등록할 수 있으며, 또한 외래병해충의 방제를 통해 우리 농산업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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