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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 폭행방지, 소통과 믿음이 필요하다



박진선  <고창소방서장>


옷깃을 움츠리던 겨울이 지나고 새움이 트는 봄이 다가왔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세탁소에는 두터운 겨울옷들이 세탁을 기다리며 옷걸이에 걸려있다. 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이제 또 다른 겨울을 기다리며 오랜 시간 동면할 채비 중이다. 봄바람이 살짝 건드리자 걸려있던 옷들이 흔들흔들 봄이 다가옴을 가슴 열어 받아들인다. 봄은 그렇게 만물이 마음을 활짝 열어 따뜻한 기운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마성의 힘이 있다. 그 힘의 원천에는 따뜻한 바람과 이마에 맺히는 햇살, 그리고 생명의 안전한 믿음이 연결고리로 이어져 마음을 열게 한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임의적 방법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협적인 태도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에 기인한 행동은 그 순간 상대로 하여금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경계심을 불러 일으켜 소극적인 도움을 줄 뿐이다. 오히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온기가 남아있는 따뜻한 손을 내밀면 그 마음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급대원은 출동 시,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가정하여 응급처치장비를 준비하고 치료에 적절한 병원선정, 신속한 현장 도착 등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소중한 가족도 머릿속에서 지운 채 오직 도움을 요청한 목소리의 울림만 생각한다. 수많은 현장을 다니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하여 양손 가득 응급처치장비를 들고 무게에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도 감수하면서 촌각을 다퉈 달려간다.
 
  응급처치장비 무게만으로도 힘겨운 구급대원에게 폭행은 마음에 커다란 짐을 하나 더 짊어지게 만든다. 옷깃을 더 단단하게 여미고 에어러블 카메라를 가슴에 장착하여 현장에서도 경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현장 활동에 임한다. 그로인해 응급처치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에 대원보호를 위해 집중이 분산되면서 역기능을 야기한다.
 
  구급대원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열악한 장소일지라도 최대능력을 발휘하며 향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환자의 예후까지 고려하여 헌신과 봉사를 다하고 있다. 이는 단순이송업무를 벗어나 현장에서 전문적인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만큼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위해 일분일초도 헛되게 낭비할 수 없다. 또한 원활한 현장 활동에 필요한 것은 감염방지를 위한 개인안전장구를 간소화하고 활동 폭을 넓혀 오직 환자만을 생각해야하지만 구급대원 폭행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장구를 추가함으로써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보호 장비가 늘어날수록 결국 요구조자와 소통의 부재를 유발할 수 있다. 요구조자가 바라봤을 때 개인보호 장비로 무장한 구급대원에게 또 다른 벽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원의 친절함도 이 벽에 막혀 상대에게 진심이 전부 전달되기에 부족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구급대원의 폭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믿음이 중요하다. 신고자는 본인이 겪고 있는 아픔과 처해있는 불안정한 상황을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 도움을 요청하고 빠르게 벗어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신고자가 현재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심정을 헤아리고 신속.안전하게 소방 현장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 윽박지르거나 폭행을 동반하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단축하거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급대원을 믿고 소통이 이뤄질 때 요구조자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구급대원이 최상의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구급대원 역시 폭행 위험으로부터 안전함을 약속받는다면 감염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비 착용으로 응급처치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가벼운 몸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기능을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급대원이 생명을 위해 달리는 발걸음에 폭행이라는 무거운 마음이 억누르지 않도록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구급대원은 최상의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은 구급대원에게 안전함을 제공하는 양방향 소통과 믿음이 구급대원 폭행방지 문화를 만드는데 필수적 요소임을 이해하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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