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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은 인생의 희락



문 성 필  <㈜엄지식품 연구주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이 의식주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글자 순으로 순서를 매겨 의식주라고 했지만, 사실은 식(食), 주(宙), 의(衣)라는 순서대로 표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생(生)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요 생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속담에 사흘 굶어 담을 넘지 않을 자 없다고 했던가? 과거 채집시대의 구석기나 식물 재배시대로 들어선 신석기를 거쳐 청동기와 철기시대 등 고대시대의 먹는다는 것은 식량의 의미로 처절한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들이기도 했다. 곡식을 재배하기 힘든 지역에서는 평화롭게 물물교환을 택하기보다는 전쟁을 통해 빼앗는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세시대 역시 우리나라 고려나 조선 시대를 돌이켜 보면 남쪽 해안가에서는 왜구의 약탈이 심했고 북쪽에서는 야인들이라고 해서 여진족이나 만주족들의 침범이 심했는데, 이것은 결국 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원시 수준의 전쟁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왜구들이 출몰했던 시기의 왜구들이 사는 지역은 대부분 논농사 등으로 곡식이 생산이 거의 되지 않는 곳이어서 다른 지역의 곡식을 약탈해야만 살 수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평화롭게 무역을 통해 상호 주고받을 수 있었겠지만, 문명의 존재감이 뒤진 왜구들의 침탈은 우리 한반도뿐만 아니라 멀리 인도네시아나 베트남까지 위협의 존재 대상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대부분의 사실 척도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식량이다. 먹거리의 존재가 생의 유무를 판단하는 함수관계이기 때문이다. 문명의 시대로 접어들어서도 농사기술의 발달이 더뎌 가뭄과 홍수 등으로 흉년이 들 때, 민심은 이반되고 피폐해져 왕이 통치하는 나라에서는 왕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식량에 대한 가치는 대단했다. 오늘 날 우리가 먹는 설렁탕의 기원이 바로 기우제를 지내는 선농단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근대 이후 나라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식량자원들이 차츰 대규모로 성장하고 무역을 통해 주고받는 일들이 빈번해지게 됐다. 이후 현대문명은 식량의 증산에 엄청난 과학기술이 도입돼 특정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먹는 걱정을 덜게 됐다. 물론 아직도 북한을 비롯하여 아프리카나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은 식량이 부족하여 큰 곤란을 겪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먹는 것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져 있음을 본다. 집밥 형태에서 벗어나 어느 곳에 가더라도 식당들이 즐비하고 식당뿐만 아닌 각종 먹거리가 눈과 코를 호사시킨다.

 
배고픈 시절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참았던 욕구가 이제는 먹는 즐거움으로 변했다. 요즈음은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하루 두 끼만의 식사로도 충분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제는 먹거리에 관한 관심이 식량의 먹거리가 아닌 다양한 음식 섭취에 관한 먹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현대사회는 먹는 것이 생존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즐거운 생활의 일 부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먹는 즐거움으로 인한 과체중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인구의 30%가 벌써 과체중으로 문제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제는 먹는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생활환경상의 여러 가지 이유로 먹거리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먹는 즐거움이 차지하는 일상의 즐거움은 소식다동(小食多動)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단순히 배부른 먹거리가 아닌 영양소가 충분히 갖춰져 있으면서 즐거움 속에 식생활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에 관하여 수많은 연구가 현재진행형이다. 단순한 식량 체계의 보전과 확대를 위한 먹거리 연구도 있겠지만 좀 더 과학적인 영양소와 간편식을 위하여 기존제품 이상의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생각해보면 먹는 즐거움은 맛있는 식사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어떤 분위기 속에서 먹는가 하는 것이 먹는 즐거움의 진정한 희락이 아닐까 한다. 요즘 세태가 1인 세대의 혼밥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비록 간단한 식사의 먹거리일지언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서 마음으로 느끼며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희락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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