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정의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삶의 질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말은 문화와 예술을 통한 감성적인 삶이 정신적 가치를 지배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바탕으로 문화의 삶이 생활을 지배할 때 이르는 국가적인 척도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선진국이라는 말 대신 가장 평안한 삶을 누리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칭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개인의 부와 관계되고 국가의 경제력이 아닌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생각과 삶의 철학이 정신적 가치의 선진국이 아닐까 한다.
히말라야산맥을 중심으로 하는 네팔이나 부탄 같은 소왕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것으로 조사된 일도 있다. 현대사회가 발전될수록 경제적인 가치보다는 삶의 행태와 가치에 따라 선진국이라 칭하는 척도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부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든 비록 가난하지만,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든 삶의 안식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역시 문화와 예술이다. 한때 TV 드라마에 하는 대사 중에 “밥만 먹고 사느냐?”라는 대사가 유행했었다. 의미심장한 이야기이지만 이를 다른 한편으로 해석해보면 의식주와 함께 내가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관심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생각할 수 있는 통상적인 문화이든 아니면 다른 생각의 문화이든 그만큼 문화의 가치를 존중해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우리 고장 전주는 도청소재지로서 전북을 상징하는 의미의 문화.예술 공간들이 많다. 그만큼 전주시민이 전북의 중심지에 소재하므로 받을 수 있는 문화의 혜택이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수많은 문화공간은 대부분 넓고 화려하며 도심 외곽에 세워졌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북지역임에도 우리나라 전체를 통괄하는 느낌의 명칭으로 부각돼 세계소리 축제를 유치하는 등 최고의 성과를 보여준다는 평가이다.
또한, 전북미술관 역시 모악산자락에 위치하면서 그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문학당은 전북문학회관이라고 하여 예전 도지사 관사에 기틀을 마련하고 활발한 활동을 엮어가고 있다. 전북이라는 타이틀로 예전에 전북예술회관을 건립하여 전북도에 기부 체납했던 당시 문화예술인들의 염원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으로 옮겨 가면서 국제회의장 3층에 둥지를 마련하고 지금까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전주시 안에 전라북도라는 광역자치단체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물 등이 들어서다 보니 아예 전주라는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예술 시설물 등이 전무한 상태이다. 예전에 향토예비군 훈련장 등으로 사용했던 방공회관이라는 곳을 리모델링하여 덕진예술회관이라고 사용하고 있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소규모 공연장으로는 한국전통문화의전당과 전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한벽극장 등이 있었는데, 이곳은 전통예술에 관한 공연장으로 돼 있다가 최근에 전통 이외의 공연에도 문호를 개방하여 공연장을 대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전주시에서 운영하고 있어, 전주시에 소재하는 공식적인 문화예술단체 등이 상근하여 업무를 보면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매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공연문화예술 기관 역시 경영공시를 통해 경제적인 논리로 운영을 하다보니, 이 역시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소규모 공연단 등에는 그림의 떡처럼 비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문화예술단체가 자생력을 가지고 운영하는 경영업체처럼 활동하며 운영하는 단체가 많지 않고 인력풀 형식의 헤쳐모여 식으로 활동하다 보니 문화예술인 본인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치열한 삶의 현장이 돼 버린 탓이다. 어쩌다 후원단체가 있어 지원을 받거나 공모에 선정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있을 경우, 행사에 필요한 예산만 충당되는 것이지 이를 기획하고 추진해야 하는 문화예술단체의 공동사무실은 아직도 요원한 현실이다.
민간에게 위탁되고 있는 전주시의 각종 문화시설 역시 아직도 적당한 한계설정이 매우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전주가 전북을 대변하는 도청 소재지의 역할을 문화예술의 시설물에 대한 대표적인 입장만이 아닌 전주시가 문화예술의 기치를 내건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입장에서 전주의 문예회관 건립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전주를 움직이는 시장과 의회 그리고 각계의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다른 도시의 문화예술 역량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본적인 문화예술의 시설물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미래를 향한 전주시의 문화예술 정책이 될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의 발전 속도가 정치나 경제적인 부문을 추월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전주문예회관이 건립되는 즐겁고 유쾌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오늘을 사는 문화예술인으로 기대 만점의 하루를 지내고자 한다.